“여성 버스기사에게 ‘병X, 죽여버린다’고… 막 떨면서 우셨다”

국민일보

“여성 버스기사에게 ‘병X, 죽여버린다’고… 막 떨면서 우셨다”

입력 2019-12-14 00:10
온라인커뮤니티, 페이스북 캡처

경기 광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운전 기사에게 폭언을 내뱉는 일이 발생했다. 교통체증으로 버스가 조금 늦게 도착하자 화가 난 일부가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이후 버스회사가 “앞으로 해당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겠다”고 대응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러 말이 오갔는데, 당시 탑승객의 목격담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건은 13일 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장의 안내문 사진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마을 주민의 갑질과 버스 회사의 대처’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사진을 보면 경기 광주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내건 짧은 공지사항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버스 승무원과 이용객들 간의 싸움으로 인해 12월 12일 오후 2시경부터 단지 앞 정류장 운행이 잠정 중단됐다”며 “버스를 이용하실 입주민께서는 농협 앞 정류장을 이용하시기 바란다”고 쓰여있다. 또 “현재 마을 협의회와 버스회사에서 위 상황에 대해 논의 중이오니 양해해 달라”는 문구도 덧붙여져 있다.

안내문은 이곳 정류장을 지나는 2번 버스를 운영하는 경기고속 광주영업소가 해당 노선 운행을 잠정 중단하면서 게시됐다. 사건은 지난 12일 버스가 배차시간에 늦으면서 발생했다. 여성 운전기사 A씨가 몰던 2번 버스는 당시 교통체증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정류장에 도착했고, 기다리다 탑승한 일부 승객들의 욕설로 운행이 중단되며 일어난 일이다.


버스회사 측은 사건 직후 A씨를 포함한 버스 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같은 날 오후 2시부터 문제가 발생한 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정류장은 아파트 단지 내부까지 들어가야 하는 노선에 포함돼 있다. 언덕에 있고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운행에 어려움이 있으나 지금껏 버스회사는 아파트 주민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운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운행 중단 소식에 당황스러워했다. 일부에서는 “몇몇 승객과의 갈등 때문에 왜 아파트 주민 전체가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날 SNS에는 사건 당시 상황을 직접 봤다는 목격자의 글이 등장했다. 글을 쓴 B씨는 페이스북 지역 페이지에 “버스가 왜 안 오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있길래 올린다”며 “2번 버스 기사님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차가 막혀서 버스가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할머님들은 당연하고 아주머니들도 타면서 뭐라고 하셨다”며 “어떤 아저씨는 여성인 기사분께 ‘시간 좀 잘 지켜라. 신고할테니 그렇게 알아라. 병X이 시간을 지켜야 할 거 아니야’라며 계속 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기사분이 막 떨면서 우셨고 버스 운전을 멈추셨다”며 “버스가 멈춘 뒤 내려서 다른 버스로 갈아탔다. (이 일 때문에) 버스가 안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버스 회사 측에 따르면 당시 버스를 몰던 A씨는 일부 승객들에게 욕설이 섞인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한 승객은 A씨에게 “죽여버리겠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안 네티즌들 역시 공분을 드러냈다.

버스 회사 측은 회의 끝에 13일 오후 2시 버스 운행을 재개했다.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해당 정류장에 대한 버스 기사들의 고충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터라 위치 이동을 고려하는 등 해결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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