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LG’ 키운 구자경 명예회장 별세…향년 94세

국민일보

‘글로벌 LG’ 키운 구자경 명예회장 별세…향년 94세

입력 2019-12-14 12:24 수정 2019-12-14 17:35
뉴시스.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LG그룹을 이끌었던 구자경 LG명예회장이 14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다.

1925년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구 명예회장은 1970년부터 LG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1945년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구 명예회장은 1950년부터 락희화학공업 이사로 취임했다. 1969년 말 구인회 창업 회장이 타계한 후 이듬해인 1970년에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45세 나이로 LG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1987년부터 1989년 사이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역임했다.

구 명예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회사 운영에 합류해 부친인 구인회 창업 회장을 도와 LG를 일궈온 1.5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검정 뿔테안경에 경상도 사투리로 유명한 구 명예회장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하다. 특히 ‘보수적인 기업’의 대명사로 불린 LG는 대기업의 부침이 심했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도 특혜나 이권과 관련한 잡음을 일으킨 사례가 없는 편으로 전해진다.

1950년부터 1960년 말까지 LG는 부산의 부전동 공장, 연지 공장과 동래공장, 초급공장, 온천동 공장 등 생산시설을 연이어 확장, 화장품과 플라스틱 가공 및 전자산업에서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플라스틱 가공제품의 국내 최초 생산 현장, 금성사의 라디오 첫 생산 과정 등을 직접 챙기며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구 명예회장은 LG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품을 부품 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현재의 LG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

구 명예회장은 1995년 ‘21세기를 위해 젊고 도전적인 인재들이 그룹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며 럭키금성 그룹의 명칭을 LG그룹으로 바꾸면서 장남인 고(故)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겼다. 같은 해 2월부터 LG그룹 명예회장을 지냈다. 고인이 경영에서 물러날 당시 LG는 30여 개 계열사에 매출액 38조 원의 재계 3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중국과 동남아시아, 동유럽, 미주 지역에 LG전자와 LG화학의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해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했다. 구 명예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의 권한을 이양하고 이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게 하는 ‘자유 경영체제’를 그룹에 확립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엔 교육 활동과 공익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관여해왔다. 또 충남 천안에 있는 천안연암대학 인근 농장에 머물며 된장과 청국장, 만두 등 전통음식의 맛을 재현하는 데 주력했다.

유족으로는 장녀 구훤미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삼남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차녀 구미정씨, 사남 구본식 LT그룹 회장 등이 있다.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인 하정임 여사는 2008년 1월 별세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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