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로그기록 삭제한 사람은 누구?…‘이윤희 실종사건’ 새로운 증거

국민일보

컴퓨터 로그기록 삭제한 사람은 누구?…‘이윤희 실종사건’ 새로운 증거

입력 2019-12-15 07:23 수정 2019-12-15 10:32

S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전북지역 최대 미스터리로 꼽히는 ‘이윤희씨 실종사건’을 재조명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이윤희 실종사건’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윤희씨 실종사건’은 13년 전인 2006년 6월 전북에서 발생한 최대 미스터리 사건으로 시신이 발견된 살인이 아닌 실종사건으로 이례적으로 3차례나 수사했지만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한 미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현재 네 번째 재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14일 오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컴퓨터 로그 기록의 비밀-수의대생 이윤희는 어디로 사라졌나?’라는 제목으로 13년 전 발생한 미제 사건을 파헤쳤다. 서울 명문대에서 통계학과 미술을 복수 전공했던 이씨는 유독 동물을 좋아해 전북대 수의학과에 편입했다. 그러나 졸업을 불과 1학기 남긴 채 사라졌다. 종강파티 후 자신의 원룸에 도착했지만 증발한 듯 종적을 감췄다.

당시 원룸에 출동했던 구조대원은 “1순위는 요구조자이기 때문에 방 상태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지저분했던 것만 기억난다. 범죄 의심이 있었으면 더 자세히 봤을 텐데 그렇지 않아 바로 나왔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도착했을 때는 친구들이 이미 방을 정리한 뒤였다. 이에 대해 수의학과 동기들은 “경찰이 침입 흔적이 없다고 해서 들어가도 된다고 했다”며 “식구들도 내려온다고 하니까 놀랄까 봐 치웠다. 난장판이었다. 강아지가 그렇게 해 놓은 건지 싸움이 있었던 건지 모르겠다”고 기억했다.

실종 전날 이씨는 오토바이 날치기를 당해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상황이었다. 다음날까지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했던 동기들이 이씨의 원룸을 찾았다가 이씨가 없는 걸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마지막 목격자는 종강파티 후 이씨를 집까지 바래다준 건 같은 학과 친구 황인철(가명)씨였다. 황씨는 2006년 인터뷰에서 “동기들이나 교수님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서둘러 호프집을 나선 이씨를 따라가 ‘무슨 일 있냐’고 물었는데 말이 없었다”고 전해다. 황씨는 평소 이씨에 대한 호감을 느끼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아버지는 황씨를 의심하며 황씨가 딸의 원룸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그 상이 없어질 수 없는 상”이라고 한 이씨의 아버지는 “새벽 그 시간에 상의 나사를 풀고 그런 짓을 왜 하느냐”며 의심했다. 아버지가 말한 상은 이씨가 평소 식사할 때마다 꺼내 쓰던 찻상이다. 이 찻상은 일주일 뒤 집 앞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됐다. 이런 의혹에 당시 경찰은 마지막 목격자인 황씨에 대한 강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황씨는 거짓말 탐지기를 했지만 모두 진실로 나왔다. 티셔츠에서 발견된 혈흔 역시 요도염을 가진 반려견의 것이었다.

이씨의 아버지는 “딸이 평소 외출할 때마다 반려견을 다용도실에 격리해두는데 그날따라 거실에 풀어놨다”며 범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더욱이 이씨가 항상 가방 속에 넣고 다니던 수첩이 일주일 뒤 학교 수술실에서 발견된 점에서도 누군가 이씨의 원룸에 누군가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제작진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당시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컴퓨터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인터넷 접속기록의 흔적을 볼 수 있는 로그 기록이다. 컴퓨터 보안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이 씨가 사라지기 이틀 전인 2006년 6월4일부터 실종신고가 됐던 6월8일 오후까지 5일 동안의 로그 기록이 삭제됐다. 게다 이씨의 원룸에 있던 컴퓨터는 실종되기 전 새벽 2시58분부터 3시1분까지 약 3분간 ‘성추행’ ‘112’등을 검색했고 그로부터 1시간 20분이 지난 후인 4시21분에 꺼졌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누군가 삭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색은 이씨가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 분은 컴퓨터를 끄는 습관이 없는 사람”이라며 “그런데 실종 당일 꺼졌다”고 지적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검색을 하는데 3분이 소요됐다는 건 당일 발생한 일이 아니라 그 전에 일어난 일 때문이며 검색을 하다 멈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씨의 한 동료는 원룸에 혼자 사는 여자를 노리는 비면식범의 범행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경찰도 피해자 주변을 수사해 동종의 성추행법이나 납치, 살인 등을 전후해 출소한 우범자들을 조사했다. 이씨가 실종된 지 3년 뒤 연쇄 성범죄자 전주 바바리맨이 검거됐다. 그러나 이씨 실종 사건과 관련해 추궁을 받던 바바리맨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시신이 나오지 않은 점을 근거로 비면식범일 수는 없다고 추정했다. 비면식범은 치밀하게 범죄를 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게다 돈봉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도 비면식범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씨의 아버지는 “죽었으면 시체가 나타나야 하는데 안 나타났다”며 “신문에 보면 토막살인을 해서 시체 처리한 사람도 있는데 시체 처리가 얼마나 어려우면 토막 내서 처리하겠냐. 난 딸이 지금까지도 절대로 살아있다고 본다”고 했다. 제작진은 컴퓨터 전원을 끄고 로그 기록을 삭제한 사람이 이씨의 실종과 관계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올해 43세가 된 이씨의 얼굴을 3D몽타주로 재현해 공개했다. 이를 본 가족들은 “꿈에도 당시 모습으로 나오는데 길 가다가 만나도 모를 거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