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왕따 고3이 홍대 미대 붙고 받은 담임 카톡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왕따 고3이 홍대 미대 붙고 받은 담임 카톡

엄마 없어 왕따 당했는데… 일부러 담임 맡아준 ‘엄마’ 선생님 “나를 키워주신거야” 눈물

입력 2019-12-16 10:47
왼쪽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오른쪽은 홍대 미대를 붙은 학생이 디시인사이드 수능갤러리에 공개한 담임 선생님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신은 자신의 손길이 다 미치지 못하는 곳에 ‘엄마’를 보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엄마’가 나를 낳아준 분이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학창 시절 따돌림으로 힘들었던 한 학생은 자신에게 그 엄마는 바로 담임 선생님이셨노라고 고백했습니다. 홍대 미대를 수시로 합격한 한 남학생이 담임 선생님께 2년 동안 받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대학 합격 후 전해 받은 문자를 공개해 많은 이들을 울렸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 합격 후기가 수시로 올라오는 디시인사이드 수능갤러리에 16일 올라온 글의 주인공입니다.

이 남학생에게 엄마가 계시지 않습니다. 중학교 시절 학생은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어졌습니다. 친구도, 형제도 없었던 그에게 공책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유일한 낙이었습니다.

고1 미술 시간에 미술 선생님은 그의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습니다. 남학생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받은 칭찬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우연일까요. 이 남학생은 고2, 고3 때 미술 선생님이 맡은 반이 되었고, 선생님은 그에게 “미술을 시작해보라”고 조언합니다. 그림으로 조금씩 몇몇 친구들과 가까워졌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이 아직 있었지만 남학생은 선생님을 믿고 미술 실기를 착실히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홍대 미대 수시 합격자에 ‘미술 우수자 전형’으로 붙은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학생은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담임 선생님에게 편지와도 같은 긴 카카오톡을 받고 울어버렸습니다.

“OO야 인생을 살면서 10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중 3명은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고, 다른 3명은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좋아한다더라. 그리고 나머지 4명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대.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듣고 문득 OO가 생각났어. 중고등학교 동안 OO한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은 OO가 인생에서 만나야만 하는 아무 이유 없이 OO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야. 그럼 이제 앞으로의 인생에서 OO는 OO를 좋아하거나 좋아하게 될 사람들만 만날 일만 남은 거지. OO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사람들이 OO 의 그림을 좋아해 줄 거고, OO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될 거야.

고1 때 처음 미술 시간에 네가 그렸던 풍경화 속의 무지개를 보고 선생님이 했던 칭찬 기억나니? '색채가 너무 아름다운 게 마치 OO 마음을 닮았다'고 했잖아. 이제 OO의 인생은 그 그림 속의 무지개처럼 밝게 빛날 거야. 언젠가 OO가 담아두었던 마음의 상처들은 그 무지개색으로 아름답게 채색해서 세상에 작품으로 내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선생님은 기다릴게. 원하는 대학, 학과 붙은 거 다시 한번 축하해~~!!”




미술에 재능이 있었지만, 친구 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맘껏 펼치지 못했던 아이. 일부러 담임을 자처해 ‘엄마’처럼 아이를 2년 동안 돌봤던 선생님. “(선생님이)나를 키워주신 거야. 방학 끝나고 학교 가서 선생님 보면 진짜 엄청 울 거 같아 ㅠㅠ”는 사연 주인공의 말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함께 흘렸습니다. 그 어딘가에 이를 지켜보고 계실 학생의 엄마처럼 말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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