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남친 만나더라” 어린이집 교사 해고 요구한 엄마

국민일보

[사연뉴스] “남친 만나더라” 어린이집 교사 해고 요구한 엄마

입력 2019-12-17 18:39
잊을만하면 일어나는 어린이집 학대사고로 학부모들 걱정이 큽니다. 하지만 걱정이 많은 게 학부모뿐일까요. 아이를 사랑하는 대다수 선량한 어린이집 교사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지나치게 예민한 부모들과의 갈등도 잦다고 합니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린이집 선생님도 사람입니다”라는 글에는 이런 교사들의 애환이 담겨있었습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을 20대 후반의 어린이집 교사라고 밝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교사로 일하며 이런 엄마는 또 처음”이라며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극성인 원생 어머니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어머니가 ‘A씨가 남자친구를 만난다’는 이유로 해고를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A씨는 “(원생 어머니가) 오로지 자기 아이만 먼저 봐주길 바란다”며 “피부가 살짝만 빨개져도 ‘왜 이런 거냐’ ‘왜 우리 아이만 다치냐’부터 시작해 매일매일 저를 괴롭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원생의) 엄마가 유별난 탓에 견학을 갈 때도 매 순간 아이를 제 옆에 끼고 있다”며 “혹여 스크래치(상처)라도 날까 봐 항상 옆에 둔다. 아이도 다른 친구들과 너무 놀고 싶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이도 안타깝고 저도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원생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 직접 방문해 A씨에게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걸 봤다’ ‘술 마시는 걸 봤다’ 등의 이유를 대며 해고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씨는 “원생의 어머니가 어린이집에 찾아와 저를 해고해달라고 말한 사실은 알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처음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다행히 어린이집에서는 ‘교사의 사생활’이라며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A씨는 “고액연봉 받으며 어린이집 교사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사람은 진짜 집에서 애 키웠으면 좋겠다”며 “아이를 케어하느라 무릎과 팔이 많이 상해 약을 매일같이 먹는다. 최근에는 잠이 안 와 수면유도제도 먹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 주변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뜯어말린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A씨는 해당 게시물을 올린 지 3일 후 “결국 원생이 퇴소했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애교도 많고 귀여워서 그녀(어머니)는 미워했어도 아이는 참 예뻐했다”며 “남은 2학기는 아이들과 신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자기 애만 귀한 줄 아는 엄마들 때문에 멀쩡한 엄마들도 욕먹는 거다” “저도 유치원 교사였는데, 비슷한 일이 있어 결국 직종을 아예 바꿨다” “아이가 저 정도로 걱정되면 그냥 집에서 키우는 게 낫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를 위로했습니다. 그중 한 댓글이 눈에 띄네요.

“아이의 엄마로서 선생님의 글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께 그런 식으로 대하는 분이 있다니, 엄마로서 제가 미안합니다. 제 댓글이 얼마나 힘이 되실지 모르겠지만 선생님께 감사함과 존경심을 보냅니다. 항상 힘내세요. 멋진 선생님:)”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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