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구충제 항암효과 임상시험 취소… “시험해볼 필요도 없다”

국민일보

국립암센터, 구충제 항암효과 임상시험 취소… “시험해볼 필요도 없다”

“2주간 관련 논문·자료 검토… 동물 수준에서도 효과 검증된 자료 없다” 최종 판단

입력 2020-01-09 09:50 수정 2020-01-09 09:51
유튜브에 올라온 구충제 항암효과 관련 컨텐츠.

개 구충제 등 구충제의 항암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암센터가 임상시험을 추진했으나 준비단계에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은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 국립암센터 연구자들이 모여 임상시험을 진행할 필요가 있는지를 2주간 검토했다”며 “근거나 자료가 너무 없어서 안 하기로 했다. 보도자료까지 준비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9일 뉴시스가 보도했다.

김 센터장은 “유튜브에서 제일 괜찮다며 많이 인용된 논문도 검토해 봤는데 이것조차도 허접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펜벤다졸 임상시험은 없다. 이에 국립암센터 연구진들은 동물이나 세포 단위로 진행됐던 연구 논문과 유튜브에서 인용된 자료들을 모아 임상시험 타당성 여부를 검토했다. 그 결과 동물 수준에서도 안정성이나 효과가 검증된 자료가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특히 펜벤다졸이 보이는 ‘기전’(일어나는 현상)이 의학적으로 큰 가치가 없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펜벤다졸은 암세포의 골격을 만드는 세포 내 기관을 억제해 암세포를 죽이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용도의 항암제는 이미 90년대에 1세대 세포 독성 항암제로 만들어졌다. 2020년 현재는 1세대 항암제에 더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3세대 항암제까지 쓰는 시대”라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게 아니라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개 구충제 복용으로 항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인 개그맨 김철민씨. 김철민 페이스북 캡처

최근 방송과 인터넷 유튜브 등을 통해 일부 암환자들이 개 구충제를 먹고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알려지면서 개 구충제 속 펜벤다졸이라는 성분이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인체용 구충제에 포함된 알벤다졸과 메벤다졸 등의 성분도 항암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구충제 품귀현상까지 나타났다.

김 센터장은 절박한 상태의 일부 환자들이 여전히 구충제를 찾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의사나 전문가, 정부 관계자, 환자가 같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언론사와 보건복지부가 같이 열어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그 환자의 주치의가 진료 기록을 객관적으로 공개하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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