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들은 이국종 교수가 한 말 “나만 가만히 있으면…”

국민일보

욕설 들은 이국종 교수가 한 말 “나만 가만히 있으면…”

입력 2020-01-14 05:38

이국종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이자 아주대 교수가 유희석 의료원장에게 욕설을 들은 이유를 묻자 체념한 듯 “깨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또 “병원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고 하니까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 교수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해군훈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MBC는 유 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유 원장은 이 센터장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X가 말이야. 나랑 한 판 붙을래?”라고 소리쳤다. 이 센터장은 힘없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그런 거...”라고 답했다.

이 녹취록이 언제 녹음된 것인지 어떤 문제로 갈등이 있는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센터장은 “이번에 우리 스탭들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냥 내가 깨진 것 같다. 깨진 것 같다. 정말 깨진 것 같다”고 답했다.

MBC는 이 교수가 유 원장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한 원인이 ‘닥터 헬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달 동안 27번의 출동했으며 상황이 종료해 다시 돌아온 2번을 제외하고 25번의 응급상황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환자를 살렸다. 이틀에 한 번꼴로 생명을 구한 셈이다.

그러나 이 닥터 헬기를 모두 반긴 건 아니다. 취항식 직전 아주대병원과 경기도가 행사 주관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유 원장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원장은 “행사 지원만 해드리고 저를 포함해 우리는 참석하지 말아야겠네요. 우리 행사가 아닌데”라며 “150명 올라가서 누구 하나 떨어져 죽으면 누가 책임지죠? 경기도 책임이죠 그거는? 우리 행사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닥터 헬기 운항이 본격화되면서 병원 수뇌부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엔 주변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문제였다. 한상욱 아주대병원원장은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나한테도 직접 연락도 오는데. 요즘 민원 들어오면 반드시 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저희들이 답안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의료원 측은 사방이 개방된 옥상 헬기장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어 우려를 표명한 것이고 소음 문제도 병원장으로서 주민과 환자들의 민원을 줄이려는 방안이 필요함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닥터 헬기 운항에 대해 “새 헬기 사달라고 한 적도 없고 뭐도 없다. 아무거나 날아만 다니면 되는데, 그냥 이렇게 쓰고 있는데 너무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또 지난 국정감사 때 병원이 권역외상센터에 지원되는 신규채용 예산 20억 여 원을 제대로 쓰지 않아 외상센터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호소했지만,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하고 경기도에서 국정감사까지 하고 이렇게 했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한 이 교수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최고 단계까지 다 보고를 한 것 아니냐. 이런 문제가 있다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우리 간호사들이 몸을 짜개서 (헬기 출동) 나가고 있었는데 다 잘렸다. 다 잘리고 67명 중 30 몇 명…”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지난해 외상센터를 한 달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병실은 본관에 줄줄이 있는데 안 줘서…”라고 답했다. “병원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다고…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 이 교수는 “한국은 원래 그렇게 하는 나라가 아닌데…”라고 말했다.

현재 닥터 헬기는 독도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동종 헬기 점검한다는 이유로 멈춰진 상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면 점검이 끝나더라도 운항을 재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놓고 병원 윗선과 갈등을 겪던 이 교수 또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지난달부터 2개월 동안 진행되는 태평양 횡단 항해 해군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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