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째 출근 못하는 기업은행장… 문 대통령 “인사권은 정부에”

국민일보

13일째 출근 못하는 기업은행장… 문 대통령 “인사권은 정부에”

기업은행 노조, 즉각 반박 성명… 일각선 중재와 대화 필요성도 제기

입력 2020-01-14 16:35 수정 2020-01-14 17:01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 2일 취임 이래 본사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은행장의)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고 노조의 행장 비토(거부) 행태를 비판하자, 노조는 즉각 반박 성명을 내는 등 갈등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재와 대화의 필요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장의 ‘낙하산 인사’와 관련, “과거에는 민간금융기관, 민간은행장들까지 그 인사에 정부가 사실상 개입을 했었다. 그래서 낙하산이냐 했었다”면서 “(하지만) 기업은행은 정부가 출자한 국책은행이고 정책금융기관이다. 인사권이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정부)가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이고,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하는 것이다. 그냥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토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격 미달 인사라면 모르겠으나 (윤 행장은) 경제 금융 분야에 종사해 왔고, 경제 수석에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를 하는 등 경력 면에서 미달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윤 행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노조에 대해 직접 인사의 정당성을 피력한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즉각 반박했다. 노조는 이날 낸 성명에서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 지분 53.2%를 제외한 46.8% 지분을 외국인을 포함한 일반 주주들이 보유한 상장사다. 그러나 1961년 아무런 검증 없이 만들어진 은행장 선임 절차를 여전히 법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후보 시절 이를 개선하겠다던 대통령님의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는가(라고) 기업은행 노조가 묻고 있으나 정부나 청와대의 답은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은행장을 선임하라는 것이 어찌 조직 이기주의냐. 이 사태 해결은 대통령님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노조의 반발을 부추기면서 갈등 국면을 고조시키는 모양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노조의 투쟁 방향 설정에도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에 따른 노조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강경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측 관계자는 “1년 중 한달 가까이 여기에 매달려 있다. 사측에서도 중재와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대화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과 명분이 필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윤 행장은 지난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 회의를 주재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이 전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임원 전원을 소집해 새해 첫 경영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은 회의에서 ‘혁신 추진 TF’ 신설을 지시했다. 미국과 이란 갈등 등 국제 이슈가 국내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시행에 따른 시장 상황도 점검했다.

박재찬 최지웅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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