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택배기사들 위해 간식함 설치한 수원 아파트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택배기사들 위해 간식함 설치한 수원 아파트

입주자대표 “기사분들이 끼니 거르고 일 하신다는 얘기 듣고”

입력 2020-01-15 00:10
“택배 기사님, 잠시라도 피곤함 잊으시라고 간식 준비했습니다. 드시고 힘내셔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경기도 수원시 한 아파트 보안실 입구에 설치된 간식함과 안내문. 아파트입주자대표 박요한씨 제공

경기도 수원시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들을 위해 간식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아파트의 각 동 보안실 입구에는 택배기사분들을 위해 입주자대표회의가 마련한 4층짜리 수납장에 건빵과 두유 등 간식이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입주민을 위해 애써주심에 항상 감사드린다”며 “잠시라도 피곤함을 잊으라고 간식을 준비했으니 드시고 힘내시고 건강하시기 바란다”는 메시지도 함께 게시했다고 하네요.

이 아파트의 사연은 전에 살던 한 주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작성자는 “이사 오기 전 살던 아파트 단지에 약속이 있어 갔더니 단지 입구에 이런 게 설치돼 있었다”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품격 높은 아파트”라고 칭찬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파트입주자대표인 박요한(46)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식함을 배치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희 아파트가 언덕배기에 있어 지형상 배송이 어렵다. 또 최근 새벽 배송 기사분들이 끼니를 거르고 일을 하시거나 소위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접하게 됐다”며 “기사님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소소하지만 간식을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전에도 입주민들 개개인이 물이나 에너지 드링크를 드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더 배를 채울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대표 회의에서 주민들과 함께 논의해본 결과 유통기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건빵과 두유를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씨의 설명에 따르면 간식 비용은 아파트 단지 자선 모임에서 기부를 받아 마련한다고 합니다. 이 자선 모임은 아파트 주민들이 기부·나눔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하는데요. 택배기사들께 간식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인근 고아원에 물건 나눔을 한다거나 사회복지관에 1년에 2번씩 성금을 모아 기부를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에서 택배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건빵과 우유. 박요한씨 제공

박씨는 “택배기사분들께 직접 간식을 드릴 수도 있지만 행여 부담감을 느끼실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간식을 받으신 기사분들이 보안실 관리 직원들에게 과자나 간식을 나눠주시기도 하고, ‘택배일을 오래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고 가신 분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살맛 나는 멋진 아파트다” “내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 “이런 좋은 모습은 다른 아파트도 배워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나눔이, 따뜻한 마음이, 힘들고 고된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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