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갔다” “인생 고장”… 초3 아이가 녹음한 담임교사의 폭언들

국민일보

“맛 갔다” “인생 고장”… 초3 아이가 녹음한 담임교사의 폭언들

전학 온 학생 상대 2개월여간 학대 발언 퍼부은 교사에 벌금형 선고

입력 2020-01-16 11:24 수정 2020-01-16 11:25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맛이 갔다” “쟤랑 놀면 인생 고장” 등의 폭언을 쏟아낸 담임 교사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5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유남근)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60)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최씨는 2018년 3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반에 전학을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 “구제 불능” “바보짓 하는 걸 자랑으로 알아요” 등의 발언을 하며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씨는 두 달여에 걸쳐 이 학생에게 “애정결핍이라 이상한 짓을 한다”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 머리 뚜껑을 한번 열어보고 싶다” “쟤는 항상 맛이 가 있다” 등의 폭언을 했다. 심지어 “쟤랑 놀면 자기 인생만 고장 난다”며 반 학생들에게 피해 아동과 어울리지 말라는 말도 했다.

피해 아동을 구박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최씨는 “누가 선생님이 무섭게 화내면서 말한다고 하냐. 그런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무고죄에 해당된다”며 아이들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최씨의 행위는 해당 소문을 전해 들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키면서 처음 드러났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나이 어린 초등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사가 본분을 저버리고 피해 학생에게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정서적 학대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최씨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자신의 발언을 녹음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해당 녹취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최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녹취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최씨의 학대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담임교사인 최씨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부모는 최씨의 학대행위에 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학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녹음을 하게 된 것”이라며 “녹음자와 대화자(피해 아동)를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최씨의 행위는 피해 아동에게 상당한 모멸감 내지 수치심을 줄 수 있고, 담임교사인 최씨의 발언의 영향을 받아 급우들이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를 비하하거나 피해자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비하하는 등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현저히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최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감형했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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