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병언 일가, 세월호 수습 비용 1700억원 부담하라”

국민일보

법원 “유병언 일가, 세월호 수습 비용 1700억원 부담하라”

유병언 일가 책임 70%로 판단…정부도 25% 비용 부담

입력 2020-01-17 11:22 수정 2020-01-17 13:51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유섬나씨. 뉴시스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세월호 참사의 수습 과정에서 국가가 쓴 비용 중 70%를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자를 상대로 한 비용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17일 국가가 유 전 회장 일가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유 전 회장의 자녀 유섬나·상나·혁기씨 남매가 총 170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이들은 각각 571억원, 572억원, 557억원을 국가에 지급하게 됐다.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는 상속을 포기해 구상금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2015년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수색·구조 활동 및 피해자 배상금 등 명목으로 지출한 약 4600억원을 유 전 회장 측과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청구했다. 유 전 회장 등이 부담했어야 할 비용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구상권’을 행사한 것이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 측과 청해진해운의 사고 책임이 70%”라고 판시했다.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이 유 전 회장과 청해진해운에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의 장기적, 조직적 위법행위를 알 수 있었음에도 감시·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청해진해운은 2013년 1월 7일부터 사고 발생 전날인 2014년 4월 15일까지 180회 이상 화물을 과적하고, 고박(결박)을 부실하게 한 채 세월호와 오하마나호를 출항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정부의 구상권 행사가 가능한 부분을 3723억원으로 인정하고, 70%인 2606억원을 유 전 회장 자녀들이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중 한국해운조합이 지급한 공제금 등 일부 변제금을 제외한 1700억원을 유 전 회장 자녀들에게 부과했다. 국정조사나 세월호진상조사특별위원회 운영, 분향소 운영 및 추모사업 비용 등은 국가 부담이 맞다고 판단해 구상금에서 제외했다.

국가의 배상 책임도 일부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가의 부담비율은 25%로 보는 게 상당하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해경 123정장의 퇴선유도 조치 소홀 등이 사고로 인한 손해의 확대에 기여했고, 세월호 안전운항과 해경 및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들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이 사고 발생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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