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자와는 대화 금지… 선배가 통과시킬 때까지 춤춰라”

국민일보

“이탈자와는 대화 금지… 선배가 통과시킬 때까지 춤춰라”

한 대학 간호학과 ‘신입생 공지사항’ 논란

입력 2020-01-20 11:10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한 대학 간호학과 내부에서 공지된 ‘신입생 생활준칙’이 공개돼 논란이다. 재학생들이 인사법 등을 만들어 신입생에게 숙지할 것을 강요한 것인데, 그 내용은 물론 지키지 못한 경우에 대한 징계마저 ‘군기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내용은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사진이 게시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19학번 재학생으로 보이는 A씨가 대화를 주도하면 다른 신입생들이 “네 알겠습니다” “숙지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하는 식으로 메시지가 오간다. 해당 사진을 캡처한 사람은 채팅방에 소속된 신입생 중 한명으로 추정된다.

A씨는 “전체 내용을 숙지해주시고 OT(오리엔테이션) 참여 전까지 암기해달라”며 “선배들이 불시에 질문점검을 한다”고 알렸다. 그가 신입생들에게 숙지를 강요한 내용은 ‘인사법’ ‘생활준칙’ ‘징계규정’ 등 총 세가지로 나뉜다.


먼저 인사법을 안내한 A씨는 “학년당 인원이 적으므로 선배님 이름을 외워두고 인사말 앞에 붙이면 좋다”며 “인사는 위 학번 선배와 아래 학번 선배가 한 자리에 있을 시 위 학번 선배에게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인사말까지 제시했다.

이어 무려 10가지나 되는 생활준칙을 설명했다. A씨는 “중앙동아리 활동을 금지한다”며 “좋은 과동아리가 많다”고 했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 및 카톡 프로필·배경 사진에 여행 사진 업로드 금지” “1학년은 카톡 상태 메시지 금지” “SNS나 커뮤니티에 학과 내부 일 발설 금지”라며 개인 SNS 활동마저 규제하고 나섰다.


또 “타과생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지 말라”며 “간호의 긍지는 스스로 지킨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1학년은 3층 화장실 사용 금지” “평일 학교에서 진한 립스틱, 아이섀도 금지” 등의 항목도 추가했다. 마지막으로는 “이탈자와는 학번을 막론하고 인사 및 대화를 금지한다”며 “여러분은 이제 성인이며 간호학과는 하나의 단체생활 조직이므로 내부의 논리와 룰을 존중해달라”고 썼다.

이같은 규정들을 지키지 못하는 신입생에게 내려지는 징계도 있다. 앞서 밝힌 인사법과 생활준칙을 위반할 시 개인에게 1회, 소속 학번에 1회 경고가 주어진다. 안내된 규정 외에도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적발된다면 최대 2회까지 경고를 내린다. 이 모든 과정의 판단은 바로 위 학번이 한다.


이런 식으로 경고 3회를 받는 개인은 ‘일시이탈자’가 된다. 5번 누적 시 ‘영구이탈자’라는 이름이 붙는다. A씨는 “이탈자는 과 내부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며 타과로 간주해 대화 및 인사를 일절 금지한다”고 밝혔다.

학과에 주어지는 경고 횟수에 따른 징계도 있다. 경고 5회가 쌓이면 강당에 집합해야 하고, 10회를 받으면 ‘학번춤’을 진행한다. A씨는 징계 수위를 설명한 뒤 ‘학번춤’에 대한 안내까지 덧붙였다. 그는 “일주일간 선배가 지시한 춤을 연습해 2, 3, 4학년 선배들이 모인 강당 무대에서 추는 징계”라며 “3, 4학년들의 ‘전원 통과’ 지시가 떨어질 때까지 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경험으로 결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지 않으며 몇 시간이고 똑같은 춤을 추느라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다”고 강조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터무니없는 규정들과 징계 내용을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대학 때부터 이런 환경을 조성하니 간호사 ‘태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가치를 스스로 깎아버리는 행위를 하고 어떻게 떳떳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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