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아들 만난 아빠는…” 법정 울린 ‘고유정 피해자’ 영상

국민일보

“2년 만에 아들 만난 아빠는…” 법정 울린 ‘고유정 피해자’ 영상

입력 2020-01-20 18:18
고유정이 지난해 9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년 만에 아들을 만난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고유정 사건을 맡은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20일 결심공판에서 피해자 강모씨의 사연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고유정이 재판 과정에서 “무서워 진술을 못 하겠다”고 할 정도로 매섭게 수사했던 그는 이날 강씨를 언급하며 몇 차례 울먹였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전 남편 강씨와 의붓아들 홍모군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의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인명경시태도에서 기인한 살인”이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이 검사는 구형을 하기 전 최종의견을 통해 그간 제시됐던 증거와 범행동기 등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살아있어야 억울한 일을 면한다”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말을 인용한 그는 “피고인이 아무리 거짓으로 일관한다 하더라도 결국 진실 앞에서 무릎 꿇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공개했다. 고유정의 범행 당일인 지난해 5월 25일 제주도의 한 놀이공원에서 촬영된 영상이다. 강씨는 이날 고유정과 이혼 후 2년 만에 아들과 재회했고, 이후 제주의 한 펜션에서 처참히 살해됐다.

영상에는 아들과 마주하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강씨의 모습이 담겼다. 강씨는 이어 아들을 와락 안고, 번쩍 들어 올려 목말을 태운 뒤 환하게 웃었다. 이 검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며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라며 “2년 만에 아들을 만난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라고 말했다.

이어 “와락 끌어안을 것 같지만 아버지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며 아들에게 다가갔다. 훌쩍 커버린 아들의 모습이 낯설었는지, 언제 저렇게 커버렸나 하는 후회와 자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검사는 말하던 중 눈물을 삼키는 듯 두어 차례 고개를 떨궜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방청석에서도 눈물이 터져나왔다.

이 검사는 고유정 현 남편의 아들인 홍군의 사연도 언급했다. “홍군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친엄마를 잃고 할머니 손에 자랐다. 또래보다 키도 작고 몸무게도 덜 나갔다고 한다”고 말한 이 검사는 “밝고 해맑았던 홍군이 (살해당한) 침대에서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형이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우리 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를, 아빠 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류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뒤이어 사형을 구형하자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고유정 측은 이날 공판에서 증거조사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다음 기일에 최후진술을 하겠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사실상 결심공판이 마무리되지 못한 것으로, 다음 달 10일로 예정된 공판도 결심공판으로 열린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홍군의 등 뒤로 올라타 홍군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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