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센터는 이용 불가” 수년간 빈 병실 안 준 아주대병원

국민일보

“외상센터는 이용 불가” 수년간 빈 병실 안 준 아주대병원

입력 2020-01-21 18:16
지난 16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모습. 연합뉴스

아주대병원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본관 병실을 이용할 수 없도록 수년간 방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는 이국종 교수가 이끌어왔다. 최근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아주대병원이 외상센터 소속 의료진이 주치의로 된 환자는 본원 병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016년 아주대병원 응급원무팀에는 병원장 지시로 ‘외상센터의 환자를 원칙적으로 본관 병실에 배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지시문이 내려왔다. 외상센터에서 ‘병상이 부족하니 본원 병실에도 외상환자를 배정해달라’는 공문을 보내자 “환자들의 입·퇴원을 조정해 정해진 병상 내에서 센터를 운영하라”는 의견을 내고 ‘(권역외상센터) 병실 배정 유의사항’이라는 지시문을 붙였다. 병상이 남았음에도 병상이 부족하다며 수년간 응급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우회시킨 것이다.

'권역외상센터 일반병실 부족으로 인한 외상환자 배정건' 내부결재 공문. 뉴시스=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제공

외상센터의 한 의사는 “병원 측이 병실이 있는데도 방을 주지 않는 바람에 응급환자를 바이패스(환자를 받을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우회시키는 것)하는 상황이 줄이어 발생했다”며 “그런데도 병원은 거꾸로 언론에 병상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고 거짓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본관 6·7·8층의 배관 등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본관 병실이 부족했다고 대외적으로 밝혔다. 이 때문에 이국종 교수는 자기 환자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의사로 왜곡되기도 했다.

그러나 외상센터 의료진이 조회한 바에 따르면 2016년 8월 21일 병동별 병상 현황 기준 입원이 가능한 ‘빈 병상’은 총 120개로 나타났다. 병원 원무팀 사무실에 붙었던 ‘병실 배정 유의사항’에 따라 외상센터 의료진은 본관 병실이 비어있었음에도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었다. 병원장이 지시한 유의사항은 “센터 전문의가 주치의인 환자는 원칙적으로 본관 배정이 불가하며 병상이 없을 경우 중환자실로 입원을 유도하고, 중환자실마저 병상이 없으면 입원 대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2016년 아주대병원 병원장 지시로 응급원무팀 사무실 내부에 붙어 있던 '병실배정 유의사항'. 뉴시스=아주대학교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제공

일평균 59개 병상 남았는데도 환자 돌려보낸 아주대병원
2016년 5월 24일 이국종 센터장 명의로 병원장에 보낸 ‘권역외상센터 일반병실 부족으로 인한 외상환자 입원실 배정’ 공문은 외상센터의 병상 부족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본원 외상센터 개원 후 빠른 활성화로 인해 2016년 5월 24일 오전 현재 일반 병상의 경우 단 하나의 1인실 병실만 있는 풀 베드(Full Bed) 상태”라고 어려움을 알린 센터는 “최근 중증외상센터 병실이 없는 상황에서 응급실에 내원한 외상환자인데도 본원에 환자를 배정해주지 않아 장시간 지체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본원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으나 현재 외상센터가 설립되면서 기존 병원의 100병상에 해당하는 환자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조금이라도 고려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하지만 병원은 ‘원칙적으로 본관 이용이 불가하다’며 외상센터 환자의 입원을 거절했고 외상센터에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53건, 63건의 바이패스가 발생했다. 2018년의 경우 53차례 센터가 폐쇄되면서 719시간27분간(평균 13시간34분) 환자를 받지 못했고, 2019년은 63차례 센터가 폐쇄되며 868시간11분간(평균 13시간46분) 환자를 받지 못했다.

이를 참다못한 외상센터 의료진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병원 내부 사정을 보고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아주대병원장에 공문을 보내 복지부 지침에 따라 상시 예비병상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18년 10월 24일 ‘권역외상센터 외상 중환자실 및 외상 병실 여유 병상 확보 운영지침 준수 권고’ 공문에서 “센터는 중증외상환자 최종 치료기관으로서 외상환자를 위해 상시 예비병상을 확보해 병상 부족으로 인한 미수용·전원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병원 탓에 외상센터의 바이패스는 2018년 대비 2019년에 증가했다. 촌각을 다투는 외상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지는 동안 본관에는 일평균 59개의 병상이 비어있었다. 외상센터 의료진 집계에 따르면 2019년 10월 31일부터 12월 6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27일 동안(오전 11시 기준) 일반병동 36.4개, 응급병원 17.4개, 소아병동 5.2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일평균 외상환자 9.4명이 일반병동으로 이동하거나 입원이 필요했음에도 병상이 부족해 절반에 가까운 4.6명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에 대기했다.

이국종 교수-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본관 병실 부족했다…특정 교수 찍어 거부한 것 아냐”
그럼에도 병원은 외상센터 환자를 본관에 입원시키지 않기 위해 본관 병상이 부족하다는 거짓 해명으로 일관했다. 병원은 지난해 9월 26일 3차 권역외상센터 운영위원회를 열어 외상센터 환자의 본관 입원 불가 문제를 논의했다.

운영위원장인 한상욱 병원장은 이 자리에서 “권역외상센터 복지부 지침도 중요하지만 본관의 경우 중환자실 외 병상 여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뒤이어 임상현 진료부원장도 “본관도 병실이 많이 부족하다. 전임 병원장 재임 시절부터 외상환자는 외상센터에서 수용하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므로 그렇게 된 것이지 특정 교수를 찍어서 본관에 입원시키지 말라고 지시한 듯이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며 병원장 발언을 거들었다.

앞서 아주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추진할 당시인 2013년 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권역외상센터 추진 결의서’를 함께 냈다. 당시 유희석 병원장은 결의서에서 “복지부가 추진하는 권역외상센터 설치사업의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성공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하겠다”며 “본 사업의 진척사항을 수시로 점검하고 관련 부서의 입장을 조율하겠으며 사업 실무자의 정당한 의견은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외상센터 개관 초기부터 병원장 방침으로 본관 내 환자 입원을 막는 등 센터 업무에 조직적인 방해를 가했다. 외상센터 관계자는 “권역외상센터 병상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개관 초창기부터 반복됐던 일”이라며 “이미 차있는 병상에서 기존 환자 끌어내고 병상을 내달라는 게 아니다. 텅텅 비어 있는 본관 병상을 달라는데 외상센터 전문의라고 입원장을 못 받는 게 말이 되냐”고 격분했다.

관계자는 “4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병원 측과 병상 문제로 씨름하느라 지쳤다”며 “의료진 사기가 땅바닥으로 떨어져서 앞으로 닥터헬기 운항이나 외상센터 운영이 잘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는 게 병원의 방침”이라고만 답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국종 교수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편 이국종 교수는 이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애초에 아주대에서 이런 외상센터 사업을 하지 말자고, 아주대에서 하면 안 된다고 말해왔던 사람”이라며 “2012년에 외상센터 1차 선정에서 떨어진 다음에 하도 아주대병원에서 징징거리니까 복지부에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준 것”이라고 밝혔다.

“죽어도 한국에서 다시는 이거(외상센터) 안 할 거다. 교수의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한 이 교수는 20일 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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