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성전환 하사 강제전역, 보수적 한국사회 드러내”

국민일보

외신들 “성전환 하사 강제전역, 보수적 한국사회 드러내”

입력 2020-01-23 15:12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이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성전환 부사관 강제 전역 사건에 주요 외신들도 주목했다. 외신들은 남성으로 입대한 뒤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뒤에도 여군 복무를 희망했지만 강제로 전역하게 된 변희수(22) 하사 사례가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낸다면서도,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22일(현지시간) 변 하사가 강제전역 당한 사실을 전하며 한국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육군 6군단 5기갑여단 소속인 변 하사는 휴가 중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하고 복귀한 뒤 여군으로 복무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하지만 육군은 변 하사가 성기를 제거한 점을 들어 ‘심신 장애 3급’으로 판정한 뒤 강제 전역 결정을 내렸다. 군인사법 제37조는 “심신장애로 인해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람은 전역심사위 심의를 거쳐 현역에서 전역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변 하사는 군 복귀를 위한 행정소송 등 법적 다툼을 예고한 상황이다.

외신들은 육군의 결정이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측면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NYT도 “현역 군인이 군 위원회에 회부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복무 적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변희수 하사의 케이스는 성소수자들이 보수적인 한국사회, 특히 군대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달갑지 않은 처지를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BBC도 “한국은 성 정체성 문제에 있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보수적인 한국에서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CNN은 “한국은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보다 엄격한 징병법을 갖고 있다”며 “국방부의 결정이 향후 성소수자 군인들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WSJ도 이번 사안이 성소수자들이 한국의 보수적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시험대라고 전했다. 일본 NHK방송도 “한국에서는 (육군의 강제 전역 결정에) 이해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트랜스젠더 군인과 관련한 법률이나 규정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 타임지는 “성전환 수술을 한 군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기 구체적 법률이 없다”며 “(한국) 육군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전역시킬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NYT도 “군 당국은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서구 언론들은 대부분 변 하사를 ‘그녀(she)’ 혹은 여성을 뜻하는 ‘Ms’(~부인, 씨)로 지칭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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