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 전세기 띄운다” 미국 칭찬, 한국은 아니다

국민일보

“우한에 전세기 띄운다” 미국 칭찬, 한국은 아니다

각국 우한폐렴 고립 자국민 구출위해 중국 정부와 협상… 각기 다른 시선

입력 2020-01-26 10:44 수정 2020-01-26 17:29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25일 촬영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우한 폐렴의 진원지에 고립된 중국 우한시에 사는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정부 노력을 바라보는 네티즌 시선이 나라별로 갈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세기 투입에는 칭찬 일색인데, 한국 정부의 같은 시도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빠른 시일 내 전세기를 이용해 우한의 미국인을 귀국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 등이 25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23일부터 우한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와 페리, 기차를 모두 폐쇄했고 시내 대중교통도 중단했다. 우한을 빠져나가는 고속도로, 일반도로도 모두 봉쇄해 우한시는 고립된 상태다. 이에 각국 정부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과 협상하는 등 움직이고 있다.


미국 현지 보도를 종합해보면 전세기를 동원해 미국 시민과 가족을 비롯해 우한 주재 미국 영사관에 파견된 외교관들을 자국으로 데려올 방침이다. 또한 일시적으로 우한의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우한시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1000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는 26일 우한시에 머무는 자국민에게 이메일을 보냈그며, 28일 우한에서 미국으로 출발하는 전세기를 띄울 예정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좌석이 극히 제한적이라 관심을 표명한 모든 사람을 수송할 수 없다”며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될 우려가 큰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전세기를 이용하려면 따로 비용을 내야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전세기 보도에 “최근 미국 측이 우한 주재 미 영사관 직원들을 우한에서 철수해 귀국시키기를 원한다고 요청해왔다”면서 “중국은 국제 관례와 중국의 방역 규정에 따라 안배하고 필요한 협조 및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우한 폐렴 2번째 환자가 발생했으며, 63명의 의심 환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프랑스 당국도 우한에서 자국민을 버스에 태워 대피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프랑스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프랑스 국민이 우한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최종 선택 방안을 놓고 중국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며 우한 주재 영사가 우한에 있는 프랑스 국민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앵(PSA)그룹은 우한의 현지 직원 등 38명 대피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푸조시트로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중국 당국과 주중 프랑스 총영사관의 협조 아래 대피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송 수단과 숙소를 비롯해 다른 고려사항들도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피 인원은 38명 규모이며, 이들은 우한에서 300㎞ 떨어진 중국 지역에서 격리 조처된 뒤 프랑스로 귀국하게 될 전망으로 알려졌다.

호주 역시 우한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25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한국 정부도 우리 교민 수송을 위해 전세기 투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주 우한 한국 총영사관 24일 홈페이지 안내문을 통해 “전세기 귀국 추진을 위해 수요를 조사하고자 한다. 희망하는 분들은 영사관에 알려달라”고 밝혔다. 26일 현재 기초 수요조사를 마쳤고, 400명에 가까운 이들이 귀국 의사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시에 사는 한국 교민은 500여명이다. 이중에는 출장을 갔다가 발이 묶인 이도 있다. 아직까지는 우한 폐렴 증상을 호소하는 교민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학 중난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광훈 우한 부총영사는 24일 조선TV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기 포함한 전세 버스 등 여러가지 철수 방안에 대해 중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는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한에 고립됐던 이들에 대한 귀국 후 방역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양국의 전세기 투입에 대한 반응은 정반대였다. 먼저 미국과 프랑스 정부의 대책을 다룬 기사에는 “자국민 챙기는 것이 너무 멋있다” “미국(혹은 프랑스)시민이라는게 참 부럽다” “국가의 격이 다르다” “이런 것이 국가다”는 식의 칭찬이 달렸다. 그러나 한국 정부 소식에는 “무감염이 확인되고 비용을 자기가 부담한다는 조건으로 찬성하겠다”는 댓글이 큰 공감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봉쇄한 지역 사람을 왜 데리고 나오냐” “봉쇄 시킨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 “바이러스에 옮았을지 모르는 사람들은 모셔오겠다는 것이냐” 등의 냉소적인 댓글이 많았다.

24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30개 성에서 1975명이 우한 폐렴 확진자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56명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일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54세 한국인 남성이 26일 오전 우한 폐렴 확진된 것을 포함해, 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중화권인 홍콩에서 5명, 마카오에서 2명, 대만에서 3명의 우한 폐렴 확진자가 각각 나왔고, 태국 4명, 일본과 미국, 베트남 각각 2명,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각각 3명, 네팔 1명, 프랑스 3명, 호주 1명 등으로 집계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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