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잃은 자매 위로하려다…동해 펜션 6남매의 안타까운 사연

국민일보

자식 잃은 자매 위로하려다…동해 펜션 6남매의 안타까운 사연

펜션 불법 영업 점검·LP가스 밸브 마감 등 ‘제대로 했다면…’

입력 2020-01-27 11:39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합동감식반이 조사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셋째(58·여)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했던 6남매가 인재(人災)로 인해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고로 첫째·넷째 자매 부부와 셋째 등 5명이 숨지고 나머지 자매와 사촌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어 일가족 7명이 사상했다.

설날 가스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등 참사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 토바펜션에 27일 동양회대게마을이라는 상호가 함께 보인다. 연합뉴스

우애 좋았던 6남매…위로하려 모인 자리에서 참변
설 당일이었던 지난 25일 오후 7시46분쯤 가스폭발로 5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은 강원도 동해시 토바펜션 사고는 우애 좋았던 6남매에게 큰 비극을 남겼다. 1남 5녀의 6남매인 일가족은 최근 아들을 잃고 실의에 잠긴 셋째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가졌다. 셋째는 최근 아들이 동남아에서 지병으로 숨진 뒤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조울증 등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우애가 돈독해 자주 교류했던 자매들은 힘들어하는 셋째를 위해 이번 모임을 주선했다. 사고 당일 이들은 자매 중 한 명이 살고 있는 동해를 찾아 대게와 수산물을 먹기로 했다. 하지만 불법 영업을 하던 펜션과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LP가스 배관은 우애 좋은 6남매의 모임을 비극으로 만들고 말았다.

설날 가족 모임 중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일가족 7명 등 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 동해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26일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LP가스가 누출된 상황에서 휴대용 가스버너가 점화되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휴대용 가스버너를 일가족이 가지고 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스 폭발사고로 일가족은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신화상을 입어 청주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넷째의 남편(55)이 26일 치료 도중 숨지면서 첫째·넷째 부부와 셋째 등 모두 5명이 사망했다. 나머지 자매와 사촌 등 2명은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나머지 부상자 2명은 사고 당시 1층 횟집을 이용했던 30~40대 남성들로, 치료 후 귀가했다.

지난 25일 밤 강원 동해시의 한 펜션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당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는 모습. 강원도소방본부 제공=연합뉴스

‘막을 수 있는 사고였는데…’ 아쉬움만 남긴 인재(人災)들
이번 사고가 난 토바펜션은 1968년 냉동공장으로 준공된 뒤 1999년 건물 2층 일부를 다가구주택으로 용도 변경했고, 2011년부터 펜션 영업을 시작했다. 펜션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다가구주택’이었고, 관할 자치단체인 동해시에는 펜션 영업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불법 숙박업소였던 것이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1월 4일 ‘화재 안전 특별조사’ 때 이 건물의 2층 다가구주택 부분이 펜션 용도로 불법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 점검을 시도했으나 건축주가 거부해 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어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9일 소방당국이 동해시에 이 같은 위반 사항을 통보했으나 동해시 차원에서의 행정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통보에 따라 동해시가 불법 펜션 영업을 적발하고 절차대로 행정절차를 밟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토바펜션과 같은 무허가 숙박업소는 건축·위생·소방과 관련한 각종 점검에서 벗어나 있고, 적발 시 물게 되는 벌금보다 세금이 더 크다. 이 때문에 허가 조건보다 훨씬 큰 건물을 다가구주택으로 등록해 놓고 버젓이 불법 펜션 영업을 하는 사례가 있다.

26일 오전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펜션에서 전날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해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사고가 난 펜션이 최근 조리용 연료 시설을 가스레인지에서 전기시설인 인덕션으로 교체하는 시점에서 제대로 마감되지 않은 LP가스 밸브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법 영업 펜션 적발과 LP가스 밸브 마감이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참사를 수사 중인 강원 동해경찰서는 26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의 합동 감식 과정에서 사고 펜션의 가스레인지 철거 과정에서 LP가스 배관 마감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LP가스 밸브를 완벽히 봉인해 가스누출을 없게 해야 했지만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아 LP가스가 누출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순간 휴대용 가스버너로 추정되는 발화원 점화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사고가 난 건물 2층의 펜션 8곳 중 6곳은 인덕션으로 교체됐고, 나머지 2곳은 가스레인지 시설이었다. 이를 토대로 봤을 때 인덕션으로 교체된 것은 최근인 것으로 보이며, 가스레인지 시설을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 영업 펜션에 대한 행정절차가 이뤄지고, LP가스 배관을 꼼꼼히 마감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음이 드러나면서 일가족 참사에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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