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먹고 일산~강남 활보한 3번 환자…‘슈퍼전파자’ 우려 증폭

국민일보

해열제 먹고 일산~강남 활보한 3번 환자…‘슈퍼전파자’ 우려 증폭

입력 2020-01-27 17: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세 번째 확진자가 사흘간 서울 강남과 경기도 고양시 일대의 의료기관과 음식점, 카페 등을 활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과 접촉한 사람 중 의심 증상을 보인 경우도 있어 한 번에 여러 명을 감염시키는 이른바 ‘슈퍼전파자’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슈퍼전파자란 1명의 확진자가 4명 이상의 감염자를 발생시키는 걸 말한다.

27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날 우한 폐렴 세 번째 확진자로 판명된 54세 한국인 남성 A씨는 설을 맞아 경기도 고양 일산에 사는 모친 방문을 위해 지난 20일 오후 중국 우한에서 칭다오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21일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호텔뉴브에 투숙한 A씨는 다음 날인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글로비성형외과를 지인과 함께 방문했다. 그는 인근 식당도 이용했다. A씨는 이날 저녁 7시쯤부터 열감, 오한 등의 증상을 보였지만 단순 몸살이라 생각해 해열제를 복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점심 때쯤 한강에 산책을 나간 A씨는 한강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에 들렀고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에 갔다. 24일 점심 무렵엔 이틀 전 방문한 성형외과를 다시 찾았고, 오후에는 일산으로 넘어가 음식점, 카페 등을 이용한 뒤 저녁에 모친 집으로 귀가했다.


A씨는 25일 오전 9시40분쯤 기침, 가래 등 증상을 보여 자택에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에 자진 신고했다. 이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명지병원에 격리돼 검사를 받았고, 26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본에 따르면 A씨는 이 과정에서 최소 74명을 접촉했다. 이 중 1명은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 질본은 “유증상자가 된 호텔 직원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해제 됐고, A씨의 가족과 동행한 지인 등 14명의 접촉자에 대해선 증상이 없어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를 실시 중”이라고 했다.

27일 확진 판정을 받은 네 번째 환자도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동안 일반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이동했다. 관광 목적으로 지난 5일 우한을 방문한 55세 한국인 남성 B씨는 20일 귀국 후 다음 날인 21일 감기 증세로 경기도 평택에 있는 일반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질본은 우한에 다녀온 뒤 14일 안에 발열이나 호흡기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이 아닌 보건소를 찾거나 질본 콜센터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B씨는 그러지 않았다.

B씨는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 자신이 찾았던 의료기관을 또 다시 방문했다. 보건소에 신고됐지만 당시 질본의 격리검사 대상자 분류 기준이 ‘발열과 호흡기증상을 모두 보이는 사람’이어서 기침과 같은 호흡기증상이 없던 B씨는 보건소의 모니터링만 받았다.


26일 근육통이 악화돼서야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가게 된 B씨는 엑스레이 검사에서 폐렴 진단을 받아 당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분당서울대병원)으로 격리됐고, 다음 날인 27일 오전 확진자로 판정됐다.

첫 번째 환자가 공항 검역대에서 곧장 격리된 것과 달리 나머지 3명의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계속해 지역사회 검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씨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우한 여행력도 확인됐지만 걸러지지 않았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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