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바이러스 걸렸으면” 伊서 14세 중국계 소년 모욕 사건

국민일보

“너도 바이러스 걸렸으면” 伊서 14세 중국계 소년 모욕 사건

입력 2020-01-28 11:23 수정 2020-01-28 13:14
이하 ANSA 통신

최근 확산 추세를 보이는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관련해 이탈리아에서 중국계 10대 소년이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인근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 경기 도중 14세 중국계 소년이 상대 팀 선수로부터 “너도 중국에 있는 사람들처럼 바이러스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폭언을 들었다. 피해 소년은 중국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나고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폭언 직후 소년은 별다른 대응 없이 눈물을 흘리며 운동장을 떠났지만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표했다. 그는 “오랫동안 경기장에서 축구를 했지만 이러한 인종차별적 모욕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2020년이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여전히 중국인을 모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슬프다”고 호소했다. 소년의 소속 팀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 같은 사건 내용을 공개하고 상대 팀과 가해 선수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탈리아의 중국계 이민 사회는 우한 폐렴 사태 이후 현지에서 중국계를 겨냥한 직·간접적인 불이익 또는 차별적 행태가 발생하는 데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베네치아에서 현지 10대 청소년들이 중국인 관광객 부부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대해 로마의 중국계 커뮤니티 대변인인 루치아 킹은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불관용과 차별이 근절되길 희망한다”며 “누구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다. 이는 인종과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수도 로마의 중국계 커뮤니티는 우한 폐렴 확산 우려에 따라 다음 달 2일 예정됐던 춘제(중국의 설) 행사를 연기했다. 당국 역시 춘제 축제를 지원하고자 준비한 거리 퍼레이드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아직 이탈리아에서 우한 폐렴을 확진 받은 사례는 없다. 바이러스 발생지인 중국 우한에서 돌아온 한 여성이 우한 폐렴 의심 증세로 북부 파르마의 한 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으나 확진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확진자가 나온 곳은 현재까지 프랑스와 독일 두 곳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우한 출신의 중국인 여행객 3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독일의 경우 바이에른주 스타른베르크에 거주하는 남성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조치됐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는 로마 피우미치노, 밀라노 말펜사 등 두 국제공항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한 상태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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