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내장 안궁금해”…펭수 누구냐, 물으면 꼰대인 이유

국민일보

“펭수 내장 안궁금해”…펭수 누구냐, 물으면 꼰대인 이유

입력 2020-02-09 18:31 수정 2020-02-09 19:09
EBS 캐릭터 펭수. 이하 연합뉴스

대세 크리에이터로 떠오른 EBS 캐릭터 펭수의 정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은 ‘펭수는 펭수일 뿐’이라며 특정인을 추측하려는 시도에 거부감을 표한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는 방송인 유재석이 펭수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재석은 유튜브 구독자수 100만명 돌파 기념 골드버튼을 받은 펭수를 보고 “자랑하려고 부른 거냐”며 부러워했다. 펭수는 자신의 새집을 공개했고 유재석은 방명록에 사인을 남겨 훈훈함을 자아냈다.

방송이 끝나자 네티즌들은 펭수의 정체에 궁금증을 드러냈다. 개그맨, 가수, 배우 등 다양한 인물이 거론됐다.

네티즌들의 추측을 토대로 펭수의 정체를 특정한 언론 보도도 다수 나왔다. 한 매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홈페이지에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로고송 가수 이름이 등록된 김모씨를 펭수 연기자로 지목했다. 김씨의 평소 목소리가 펭수와 비슷하고 펭수만큼 키도 크다는 점이 증거가 됐다.

하지만 펭수 팬들은 이 같은 추측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서 펭수 정체를 추측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을 향해 “그만두라”며 분노를 표했다. 관련 기사에는 “알아도 모르는 척해주세요” “별로 알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펭수의 좌우명 ‘펭수는 펭수다’를 언급하거나 “펭수 내장은 안 궁금하다” “펭수 뼈가 누구냐니” 등 재치있는 댓글들도 여럿 달렸다. “‘펭수가 누구냐’고 묻는 것 자체가 꼰대”라거나 “눈치 챙기고 기사 내리자”는 격한 반응들도 있었다.

“펭수 현상의 핵심은 캐릭터…‘놀이’의 규칙 깨면 안 돼”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펭수. 팬들은 왜 펭수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에 이처럼 격렬한 반감을 갖는 걸까. 팬들은 정말 펭수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은 걸까.

펭수 등장 초창기부터 펭수의 팬이었다는 직장인 박모(24)씨는 “펭수가 사람인지, 펭귄인지, 캐릭터인지 따지면서 보지 않는다”면서 “남자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펭수한테 가서 한번 물어보라”며 “펭수는 성별 질문을 받으면 ‘그런 것 없습니다’라고 응수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평론가들은 이 같은 팬들의 반응에 대해 펭수라는 캐릭터 그 자체에 주목하라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에게는 정체보다는 이미 구축된 캐릭터 자체가 더 중요하다”며 “팬들도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싶은 욕구보다는 펭수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지켜주고 싶은 욕구가 더 크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답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의 답변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하 평론가는 “사람들이 펭수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일종의 ‘역할극’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 평론가는 “펭수 현상은 캐릭터 자체를 즐기는 놀이”라면서 “그런데 정체를 밝히려는 시도는 놀이의 규칙을 깨트리게 된다. 역할극에서 분장을 벗고 맨얼굴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봤다.

그는 “이 놀이는 펭수가 탈 안에 든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캐릭터임을 전제한다”며 “펭수는 이 캐릭터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해왔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펭수의 정체를 밝히는 순간 판타지는 깨진다. 펭수가 참여한 모든 활동에 몰입이 힘들어진다”며 “팬들은 펭수의 정체를 밝혀서 몰입하던 놀이가 끝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불쾌해 한다”고 덧붙였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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