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인, 우한사진 내밀며 ‘마스크 팔라’ 울더라”

국민일보

[르포] “중국인, 우한사진 내밀며 ‘마스크 팔라’ 울더라”

풀가동 마스크 생산공장 가보니…“공장 출고가 그대로인데 판매가만 폭등”

입력 2020-02-12 00:27 수정 2020-02-12 09:36
“마스크 개별판매나 수출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제조사 씨앤투스성진의 마스크 생산공장. 입구에 안내문 한장이 붙어있었다. 최근 “마스크를 사고 싶다”며 공장까지 찾아오는 일반 소비자와 수출을 요청하는 판매상들의 문의가 줄을 잇자 아예 입구에 안내문을 내건 것이다.

김경식 센터장은 “봉고차를 타고 와서 박스째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분도 있었다. 10년 동안 마스크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연합뉴스. 사진=김지은 인턴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되면서 마스크는 귀한 몸이 됐다. 지난 설연휴를 전후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국내 마스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생산량을 늘리고 매점매석을 단속하겠다고 연일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온라인에는 “동네 마스크 다 품절” “주문 넣는 곳마다 취소” 등등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시민들의 호소가 쇄도하고 있다. 대체 그 많던 마스크는 다 어디로 숨어버린 것일까.

국민일보는 지난 7일 마스크 공장을 직접 방문해봤다.

네이버 포털사이트 캡처

쉴틈없는 공장…다음주부터는 24시간 풀가동하지만

이날 오후 방문한 이천의 마스크 공장은 예상 그대로 정신없는 돌아가고 있었다. 주차장 입구부터 수백개의 상자들이 쌓여있었다. 마스크 포장지였다. ‘마스크 포장비닐 10만1880개’ ‘마스크 대형 포장재 5만6000개’ ‘검은색 마스크 포장비닐 2만4700개’ 등 눈앞에 쌓여있는 양만도 상당했다.

롤휴지처럼 생긴 기계가 마스크의 핵심 원단인 MB필터를 빠르게 풀어내 레일로 이동시켰다. 이동된 MB필터는 초음파 압축을 통해 틀을 잡았고, 순식간에 마스크 양쪽에 이어밴드(귀고리)를 붙였다. 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레일 양끝에 앉아서 완성된 마스크를 검수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검수를 마친 마스크를 포장지 안에 일일이 집어넣었다. 사진=김지은 인턴기자

작업장에 들어서자 요란한 기계 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다. 한쪽 벽면에는 부직포 원단이 쌓여있었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부직포는 MB필터다. 폴리프로필렌 소재를 뜨거운 열과 바람, 압축을 이용해 만들어낸 원단으로 마스크의 본체를 이루는 소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인증한 KF80, KF94 마스크가 이 부직포로 제조된다.

마스크 제조기 5대는 쉴틈 없이 돌아갔다. 롤휴지처럼 생긴 기계가 흰색의 MB필터를 빠르게 풀어내면 부직포는 레일을 타고 이동했다. 기계는 부직포를 4중으로 초음파 융착했다. 기계는 순식간에 마스크 양쪽에 이어밴드(귀고리)를 붙이더니 원형 나이프로 테두리를 잘라냈다.

그렇게 완성된 마스크들은 직원들의 검수 과정을 거쳤다. 2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파란색 위생 모자와 하얀색 옷으로 중무장한 채 제품을 검수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탓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외부인의 방문에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을 정도로 분주히 움직였다.




“백만장이든, 천만장이든 있는대로 달라”

최근 공장에는 마스크 판매를 요청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직접 공장 앞까지 찾아와 “100만장이든, 1000만장이든 있는 대로 다 달라. 2~3개월 단기 계약도 가능하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공장은 이런 뜨내기 고객의 요구를 들어줄 여력이 없었다. 기존 거래처의 물품을 처리하기에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번에는 중국인이 찾아왔다. 우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마스크를 제발 팔아달라고 울더라. 참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현재 센터의 물량을 대응하기 바빠 어쩔 수 없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공장은 최대 생산량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발생 전 하루 15만장이었던 생산량을 현재 25만장까지 늘린 상태다. 직원들도 매일 한계치까지 근무하는 중이다. 기존에는 오전 8시30분 출근해 오후 5시30분 퇴근했지만 요즘에는 같은 시간 출근해 오후 10시30분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매일 5시간 이상 추가 근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요즘에는 토요일에도 일을 한다. 다음주부터는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할 예정”이라며 “물론 직원들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쩔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원들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렁크에 현금 가득…“마스크 달라” 떼쓰는 중국 보따리상

지금 풀가동 중인 마스크 공장이 씨앤투스성진의 작업장만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마스크 제조업체는 130여곳. 이곳에서 하루 900만장 이상의 마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도 마스크 구하기가 그토록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씨앤투스성진 백합인 팀장은 중국 보따리상들의 사재기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일명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이라 불리는 이들이 공장을 돌아다니며 웃돈을 주고 마스크를 구매해 중국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공장에도 중국인들이 트렁크에 현금을 싣고 와 “마스크를 있는 대로 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있었다.

사실 생산량으로 따지면 마스크가 부족할 상황은 아니다. 백 팀장 설명에 따르자면 국내 마스크 시장은 품귀가 아니라 거꾸로 포화상태였다. 백 팀장은 “국내 마스크 회사들이 너무 많아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마스크 회사의) 30% 정도가 도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도 700~800원 하던 마스크 출고가격을 400원까지 내렸었다”며 “아무리 갑작스럽게 수요가 늘어났더라도 마스크가 국내에서만 판매됐으면 부족할 리가 없다. 우리가 판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로 마스크가 가다보니 품귀 사태가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씨앤투스성진 마스크사업본부 이천생산센터 백합인 팀장(왼)과 김경식 센터장(오). 사진=최민석 기자

그는 이어 “우리가 만든 제품이 인터넷에서 5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더라. 직원들과 보고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출고가격은 한푼도 변하지 않았는데 판매가만 뛴 것이다.

공장 측은 하루 빨리 사재기로 인한 품귀현상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김 센터장은 “중간 유통을 거치면 마진 때문에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격을 몇배씩 올리는 것은 양심의 문제”라면서 “마스크가 자국민들에게 정상적인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유통 시장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금은 이렇게 몸값이 뛰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마스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 관심 밖으로 밀려날 거다. 가격도 떨어지고 마스크 제조업체들에는 다시 도산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을 묻자 김 센터장은 “온나라가 이런 위기 상황인데 큰 매출을 바라면서 마스크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우리가 만든 마스크가 국민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을 향해 든든한 약속도 했다.

“저희도 시간을 늘려서 최대한 많이 마스크를 생산하겠습니다. 한두달 정도 지나면 상황이 원상 복귀되고 마스크 가격도 예전 가격으로 돌아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힘내서 이 어려움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윤·김지은 인턴기자
사진·영상=최민석 기자 yulli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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