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저의 폐를 찍던 이글거리는 눈빛, 기억합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저의 폐를 찍던 이글거리는 눈빛, 기억합니다”

From ‘코로나19’ 17번 환자가 보내는 감사편지

입력 2020-02-13 15:15
SBS 뉴스 캡처

12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환자(38·남)가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퇴원을 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정말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습니다.

17번 환자는 지난 5일부터 약 일주일간 병원에 머물렀습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정은 어땠을까요. 굉장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웠다고 합니다.

명지병원 제공

하지만 일주일 뒤, 병원을 떠나는 그의 모습은 편안해보입니다. 그는 의료진들과 함께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취재진 앞에서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꽃다발과 선물이 있었습니다. 차를 타기 직전까지도 의료진들과 깊은 포옹을 나누고 연신 인사를 나눴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 병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그는 퇴원을 하기 전,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챙겨준 의사·간호사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17번 환자가 병원 의료진에게 쓴 편지의 내용입니다.


명지병원에게 드리는 감사 편지

첫 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대의 인상을 세 번 이상 받아야 한다는 심리학자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장 판정을 받고 불안한 마음으로 갓 도착한 명지병원에서 받은 첫 인상과 마지막 인상은 모두 ‘매우 따뜻하다’ 였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앰뷸런스에서 내리자 마자 방호복을 입은 김문정 교수님이 직접 마중 오셔서 “많이 놀라셨죠? 치료 받으시면 금방 괜찮아질 거에요” 라는 따뜻한 말을 건네시며 긴장하거나 어색하지 않게 직접 5층 병실까지 숨차게 동행해 주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 상태를 매일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신 강유민 교수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병실로 직접 방문하시거나 화상전화로 제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해주시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치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놀러오시듯 자연스럽게 병실로 오셔서 안부도 물어봐주시고 건강에 관련된 조언과 농담을 하며 제 기분이 나아지게 도움을 주신 성유민 선생님, 그리고 매번 병실에 들어 오실때마다 마스크를 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며, 저의 폐 X-ray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열정적으로 찍어주신 강**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병원 입원기간 내내 불편한건 없는지 매일 물어봐 주시고 중간 중간 맛있는 간식들과 제가 먹고 싶었던 음료들도 챙겨서 병실로 넣어주시고, 재미난 이야기들도 많이 해주신 음압격리병동의 박** 팀장님 이하 박** 간호사님, 김** 간호사님, 문** 간호사님, 김** 간호사님, 임** 간호사님, 김** 간호사님, 임** 간호사님, 서** 간호사님, 임** 간호사님, 김** 간호사님, 지** 간호사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 방에 올 때 마다 한 분 한 분 성함을 부르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었으나, 사실은 다들 보호복을 입고 계셔서 제가 알아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세면대 막힌 것도 직접 뚫어주시고, 매번 들어오셔서 가벼운 대화를 유도하시며, 창문하나 없는 방에서 지내는 정신적으로 힘든 저를 정성을 다해서 돌봐주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사무적이나 의무적으로 환자를 돌봐주신 것이 아닌 따듯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챙겨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원 기간동안 기억에 남을만한 이벤트는 병원 내 음악동호회에서 직접 환자들을 위해서 병동을 방문해 주시어 격려의 노래와 연주를 해준 것이었습니다. 비록 화상전화를 통하여 연주회에 참석했지만 좁은 병실에 격리되어 일주일 이상 있었던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들 마지막 인상도 첫 인상과 같이 중요하다라고들 합니다. 명지병원의 마지막 인상 역시 첫 인상과 같았습니다. 절차를 꼼꼼하게 하나씩 다 설명해 주시고, 제 개인물품을 하나하나 챙겨서 직접 소독하여 정리해주신 박** 간호사님과 저의 퇴원 교통편과 동선까지 하나하나 물어보며 챙겨주신 안** 대외협력실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속까지 따듯한 명지병원이 있었기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퇴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명지병원 응원하겠습니다. 명지병원 직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17번 이었던 서** 드림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 명지병원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 경과보고 간담회에서 이 병원내 음압격리병상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3번, 17번 환자 주치의 등 의료진이 임상소견, 치료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몸이 아프면 괜스레 마음도 울적해지곤 합니다. 아무도 없는 좁은 병실에 홀로 남아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겠죠. 명지병원 의료진들의 따뜻한 배려는 17번 환자의 울적함을 달래준 듯합니다. 덕분에 17번 환자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코로나19’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는 희망을 선물로 받게 됐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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