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환자들 집에서 사망 ‘수두룩’…코로나 통계 허점,장례도 못해

국민일보

우한 환자들 집에서 사망 ‘수두룩’…코로나 통계 허점,장례도 못해

확진 못받고 집에서 숨지면 코로나19 통계 제외…장례업체에서 사망자 이송후 한꺼번에 화장

입력 2020-02-13 16:46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지인 우한에 의료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도 제대로 못 받지 못한 채 숨지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급차를 불러도 오지 않고, 환자를 옮길 사람도 없어 집에서 숨지는 사례가 속출하지만,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인이 ‘단순 ‘폐렴’으로 기록되면서 정부 통계에도 누락되고 있다.

또 사망 후에는 장례식도 금지된 데다 감염 우려도 있어 가족들이 시신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시에서 노동자로 은퇴한 웨이쥔란(63)씨는 지난달 초부터 기침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났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지난 21일 사망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걸을 수 없을 만큼 병세가 악화돼 결국 휠체어를 타고 응급실로 들어간 게 마지막이었다.

의료진은 그의 증세를 코로나19라고 의심했지만 사망확인서에는 사망 원인이 ‘중증 폐렴’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사망자 명단에 그의 이름은 빠지게 된 것이다.

병원 의사는 “중국 전역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바로 그 폐렴"이라고 말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한 의사 리원량.

현지 의료진은 우한과 후베이성 병원에 환자들이 워낙 많이 몰리고, 진단 키트도 부족해 코로나19에 감염되고도 확진자 통계에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우한에서 일하는 의사 웨이펑은 “확진 판정 없이 의심 증상만으로 환자의 사망 원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 분류하는 것이 금지됐다”며 “나중에는 심지어 ‘폐렴’이라는 단어조차 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 사인을 당뇨병, 장기부전 등으로 적는다”고 말했다.

우한시의 의료자원 부족 현상이 심각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사망하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들도 정부 통계에 제외된다.

한 여성은 아버지가 코로나19에 감염됐는데 앰뷸런스를 불러도 오지 않고, 아버지를 차에 태워 갈 힘도 없어 결국 집에서 숨졌다고 의료진에 전하기도 했다.

웨이펑은 “제때 병원에 갈 수 없는 환자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집에서 숨지기도 하는데,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한의 문화센터 건물을 개조해 설치한 병상.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은 병상을 구하기도 여전히 어렵다.

베이징에서 온 자원봉사자 니녠 씨는 “한 여성은 코로나19 감염으로 남편을 잃고, 자신과 아들도 감염됐다가 회복 중”이라며 “시어머니도 감염됐는데 아직 확진 판정을 못 받아 병상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머니를 입원시키지 못한 한 여성이 아파트 발코니에서 징을 울리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동영상이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사망한 환자 가족들은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들은 시신을 모아서 한꺼번에 화장한다고 한다.

우한 주민 샤청팡씨는 “지난달 28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병원 측에서 장례업체에 연락해 즉시 화장했다”며 “우리는 마지막 작별 인사조차 할 수 없었고, 어머니와 삼촌은 먼 곳으로 가서 할아버지 옷을 태우고 왔다”고 말했다.

한 사망자 유족은 “우리는 고인의 유골도 가져올 수 없었고, 이 사태가 마무리돼야 유골을 받아올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 장례업체 직원은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해 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쉴 틈조차 거의 없다”고 전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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