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아주세요”

국민일보

“제 아들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아주세요”

입력 2020-02-14 00:27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20대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원통하고 억울하다”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처벌강화를 호소했다.

자신을 A씨의 아버지라고 밝힌 청원인은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한 아들의 사망 경위를 전하면서 A씨의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청원인은 “아들이 써 놓은 유서와 녹화된 통화 내용으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며 “이 모든 일에 너무 억울하고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청원인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대학 시절에도 희소병을 앓던 친구를 4년 내내 도울 정도로 배려심 깊은 아들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아이스톡포토

전북 순창에서 취업을 준비하던 A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9시54분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자신을 ‘서울지방검찰청 김민수 검사’라고 소개하며 “금융사기단 계좌에서 A씨의 통장으로부터 수백만 원이 인출된 사실이 발견됐다. A씨가 이번 사건의 가담자인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수 검사’는 A씨에게 “이에 불응하거나 중간에 통화를 중단할 시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전국에 지명수배령도 내려진다”고 협박했다. 또 실시간으로 A씨의 휴대전화 배터리 용량을 체크하는가 하면 “중간에 전화를 끊으면 처벌을 받는다” “똑바로 들어라” 등 A씨를 무섭게 다그치기도 했다. A씨는 상대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씨의 실수로 전화가 끊겼고, 이후 수차례 다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청원인은 “아들은 본인에게 다가올 처벌(징역 2년,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공개지명수배 등)을 기다리는 동안 불안과 초조함에 떨며 스스로를 질책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그로부터 이틀 뒤인 22일 A씨는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청원인은 “검사님의 말씀이 두려워 그 어떤 친구나 친지, 부모에게도 의논해보지 못했다”며 “결국 아들은 가슴 아픈 결단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보통 이런 경우 어리숙했다고만 쉽게들 판단하지만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1년에 2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며 “선량한 피해자가 또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글을 작성한 이유를 밝혔다.

이에 청원인은 정부에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매뉴얼 및 사례집을 제작해 가정·학교 보급 ▲직장과 학교를 대상으로 예방 교육 실시 ▲보이스피싱 관련자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청원인은 A씨의 유서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A씨는 유서에 “공무집행방해죄로 2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공개수배에 등록되게 생겼다. 본인이 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동일하다고 한다”는 내용의 글을 적었다.

유서 내용으로 미뤄 봤을 때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청원에는 13일을 기준으로 현재 약 1만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소설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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