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설치한 카메라… 정동원 조부상 촬영, 꼭 해야 했나

국민일보

빈소에 설치한 카메라… 정동원 조부상 촬영, 꼭 해야 했나

출연자 가족 장례식장 촬영에 화살 맞는 ‘미스터트롯’

입력 2020-02-14 10:01
이하 TV조선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화면 캡처

시청률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TV조선 트로트 오디션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시청자들의 화살을 맞고 있다. 경연 준비 도중 세상을 떠난 출연자 가족의 빈소 풍경을 방송에 내보냈는데,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선 넘은 촬영이라는 지적이 쏟아진 것이다.

문제의 장면은 13일 방송된 본선 3차 기부금 팀미션 편에서 나왔다.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생존한 20명의 참가자는 4명씩 팀을 나눠 경연을 준비했다. 이중 ‘패밀리가 떴다’는 이름으로 팀을 구성한 고재근, 김호중, 이찬원, 정동원은 네 번째로 무대에 섰다.

방송에서는 이들의 선곡 회의와 연습 과정이 그려졌는데, 이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정동원의 조부상 소식이었다. 13살 유소년 출연자인 정동원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하기 전에도 할아버지와의 애틋한 사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이 방송 예선전에서는 “할아버지가 폐암인데, 제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눈물을 쏟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정동원이 본선 3차 경연을 준비하던 지난달 16일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날 방송은 정동원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며 할아버지 빈소를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빈소에 주저앉아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는 정동원의 모습과 허탈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는 장면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일부 모자이크 처리됐지만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미스터트롯’ 동료 출연자들이 단체로 조문 오는 장면도 빠짐없이 포착됐다. 이들이 애써 씩씩해 보이려는 정동원을 위로하는 모습도 전파를 탔다. 촬영 구도상 제작진은 빈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모든 장면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은 이같은 내용의 빈소 장면을 상당 시간 방송에 내보내고 나서야 진짜 경연 무대를 보여줬다.

방송이 끝난 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제작진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가족의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어린 나이의 정동원과 슬퍼할 유족들을 생각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카메라를 설치해 빈소 풍경을 중계하듯이 노출한 것은 정동원의 아픔을 단순 방송 소재로 이용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시청자는 “빈소 장면을 이만큼 오래 보여주지 않아도 정동원의 진심 어린 노래는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며 “굳이 왜 장례식장까지 가서 카메라를 들이밀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