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걸까? 죽인 걸까?…‘그것이 알고싶다’가 조명한 ‘간병살인’

국민일보

죽은 걸까? 죽인 걸까?…‘그것이 알고싶다’가 조명한 ‘간병살인’

입력 2020-02-16 06:09 수정 2020-02-16 10:49
방송화면 캡처

간병에 지쳐 돌보던 이를 살해하는 이른바 간병살인이 방송을 통해 조명됐다. 방송을 보면 108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평균 6년 5개월 동안 가족을 돌보다 결국 우울증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이들은 분명 범죄자다. 그러나 과연 개인의 잘못으로만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간병살인-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이를 살해하는 범죄’라는 제목으로 간병살인을 집중 조명했다. 2015년 9월 12일 차에서 여자가 죽은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숨진 여성이 발견된 곳은 고속도로 옆 인적이 드문 시골길 차 안이다. 신고자는 사망한 여성과 이혼한 전 남편이다.

정황상 용의자로 지목됐던 전 남편은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방조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던 아내는 극단적인 선택을 계획하고 있었다. 전 남편은 “아내가 2014년 11월 나에게 전화해 ‘나는 이제 끝났어’라고 했다. 시간이 나면 전화해 ‘알아보고 있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전 남편은 아내를 만날 때마다 드라이브를 나가 아내가 죽을 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아내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모와 장애인 딸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 10개월간 아내를 설득했지만 결국 차에서 아내의 자살을 돕게 됐다.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를 돌보다 그 옆에서 뇌출혈로 숨진 딸이 요양보호사에 의해 발견된 사건도 있었다. 요양보호사는 “할머니가 골다공증이 심해 재채기만 잘못해도 척추뼈가 부러졌다”며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는 딸이 죽어갈 때 의식이 분명히 있었다. 할머니 고개가 오른쪽으로 고꾸라져 있었다. 딸이 죽어가는 모습을 봤을 거 아니냐. 너무 아프더라”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간병살인은 또 있었다.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가 숨진 아들과 함께 두 달가량 지내다 집주인에게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 조사 결과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 옆에서 밥을 먹거나 청소하는 등의 일상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머니는 작은방에 앉아서 ‘아들이 아프다’ ‘말을 안 한다’ ‘병원에 가야 한다’ 등의 말을 반복했다. 경찰은 “아들이 사망 전 장을 본 목록을 보니 계란, 우유, 만두, 쌀 등 하루 이틀 먹을 양이 아니고 2, 3주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며 말했다.

방송에선 ‘노노간병’에 대해서도 집중 조명했다. 치매 아내 간병살인 피의자 김수천(가명)씨는 “같이 가려고 했는데 혼자 보낸 거나 마찬가지다”라며 “뜻대로 안 돼 혼자 살아있다. 잘 안 돼 애들한테도 부담이 됐다”고 했다.

치매 남편 간병 6년 차인 박경자(가명)씨는 “얌전했던 사람인데 너무 난폭해졌다”며 “암 환자는 선이 있는데 이건 선이 없다.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박씨는 “디스크에 협착증이 왔다. 수술해야 하는데 입원을 할 수가 없다. 한 달 동안 어떻게 비워놓나”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간병에 지친 가족이 돌보던 이를 살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병살인’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제작진은 108건의 간병살인 판결문을 보면 개인의 잘못으로 보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간병살인의 평균 간병 기간은 6년 5개월이다.

간병비로 인한 경제적부담도 적지 않다. 치매 어머니, 치매의증 아버지와 생활하는 반종상씨는 매달 간병비로 4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했다. 반씨는 “치매 가정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간병비다. 간병비를 아끼려고 대신 하는 순간 모든 일상이 정지된다”고 했다.

정재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첫 째는 믿고 맡길만한 요양병원이 없다. 두 번째는 부담이 크다. 저소득 같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일본 사례를 제시하며 ‘간병은 지자체에서 개입해야 하는 복지의 개념’이라고 했다. “6년 뒤 인구의 20%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제작진은 “대부분의 사람이 마지막 10년은 간병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간병살인에 대해 “죽은 걸까, 죽인 걸까. 지금부터라도 해야 된다. 아직도 없는 시스템이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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