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누나, 본인까지…우한 일가족 덮친 코로나19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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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누나, 본인까지…우한 일가족 덮친 코로나19 비극

中 영화감독의 유서…“아들, 아버지, 남편으로 최선…사랑하는 이들에게 작별 고한다”

입력 2020-02-17 15:16 수정 2020-02-17 16:47
55세로 숨진 창카이 주임. 차이신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유망한 영화감독 일가족 4명이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비극이 벌어졌다.

1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인 창카이(55)와 그의 부모, 누나 등 일가족 4명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약 2주 만에 모두 숨졌다.

비극은 지난달 24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앞두고 가족이 다 함께 식사를 한 후부터 시작됐다. 창카이 아버지가 이튿날부터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인 것이다.

아버지는 지난달 25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창카이와 누나의 간호를 받다가 사흘 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던 어머니도 병세가 악화돼 지난 2일 사망했다.

남은 가족들 역시 코로나19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창카이 본인도 병원에서 지난 14일 사망했으며, 그의 누나 역시 같은 날 오후 숨을 거뒀다. 창카이의 부인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상태다.

창카이의 대학 동창은 “창카이가 병에 걸렸을 때 우한에 큰 병원 어디에도 입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시설이 마땅치 않은 의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며 “이런 비극을 알리고 책임을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창카이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서 자신과 가족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하나같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며 “양친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바이러스는 무정하게도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고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이어 “평생 아들로서 효도를 다했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했으며 남편으로서 아내를 사랑했다”면서 “내가 사랑한 사람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전했다.

우한대학교를 졸업한 창카이는 영화 ‘나의 나루터’(2012)로 2013년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영화 부문 1위를 수상한 경력이 있는 유망한 영화감독이었다. 2014년 열린 평화국제영화제에선 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감독으로 있던 영화제작소는 지난 14일 부고를 알리며 “창카이는 자신의 직업을 사랑했으며 직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았다”고 추모했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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