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정박 크루즈선, 코로나19 새로운 진원지 되나

국민일보

캄보디아 정박 크루즈선, 코로나19 새로운 진원지 되나

입력 2020-02-17 15:26 수정 2020-02-17 15: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5개국에서 입항이 거부됐다가 캄보디아에 기항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이 바이러스 확산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하선한 승객 대부분이 이미 귀국길에 올랐거나 캄보디아 영토를 활보한 것으로 파악돼 경로 추적에 초비상이 걸렸다. 배에 남은 인원들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처럼 장기간 격리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웨스테르담에서 하선한 승객 상당수가 항공편으로 3개 대륙에 걸친 각자의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수백 명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이 캄보디아 내에서 해수욕, 음식점 방문, 마사지 등 각종 활동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보건당국이 승객 중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발표하자 바이러스 전파 우려 없이 마음껏 관광을 즐긴 것이다.

크루즈선 선사에 따르면 웨스테르담에는 승객 1455명과 승무원 802명 등 총 225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 중 승객 236명과 승무원 747명 등 983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배를 떠나 귀국길에 오른 상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한 140여명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83세 미국인 여성과 그의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승객은 출국 허가를 받고 미국, 네덜란드, 호주 등지로 흩어졌다. 프놈펜에서 곧장 목적지 또는 중간 경유지로 떠났거나 떠날 예정인 승객도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승객 1200여명이 캄보디아 영토를 활보하고 전 세계로 흩어지면서 바이러스 확산 추세가 더욱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염병 전문가 윌리엄 샤프너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며 “코로나19가 중국 본토 바깥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웨스테르담 승객들이 하선 전 얼마나 철저한 검역을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하선한 승객 전원을 추적해 2주 동안 격리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1000명에 달하는 승객들이 이미 각지로 흩어진 상황에서 그들의 행적을 뒤쫓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뒤늦게 확인되면서 귀환 절차는 전면 중단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이 웨스테르담 승객의 추가 입국을 거부함에 따라 캄보디아발 전세기 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크루즈선에 남아있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은 하선이 금지됐으며 프놈펜에서 전세기를 기다리던 300여명도 발이 묶였다.

배에 남은 승객들은 자신들이 요코하마항에 장기간 격리됐다가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신세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배에 남은 영국인 승객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승객들이 걱정이 많다”며 “집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진 줄 알았는데 다시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80대 미국인 승객은 “승객들은 각국 정부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을 데려왔던 것처럼 자신들도 같은 조치를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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