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시달리느라…내 아들 2박3일 물만 마셨더라”

국민일보

“보이스피싱 시달리느라…내 아들 2박3일 물만 마셨더라”

피해 당한 충격에 극단선택한 20대 남성 어머니 “그놈 목소리 제보 들어오고 있다”

입력 2020-02-17 15:47
연합뉴스

자신을 검사라고 사칭한 이들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한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청년의 부모가 당시 사건과 현재 심경을 토로했다.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피해자 유족의 인터뷰를 전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11시간 동안 집에 나와서 여러 군데를 이동했다”며 “시골에서 서울까지 가서 돈도 전달했는데 전화 몇 번 껐다 켰다 하는 등의 실수를 이유로 애를 추궁하고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피해자 어머니에 따르면 아들은 지난달 20일 사기단의 전화를 받고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는 “(아들이) 카페에서 오지도 않는 수사관을 계속 기다리는 등 너무 힘들고 정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 고통받는 상황이었다”며 “2박3일 동안 먹은 것도 없고 물이나 하나씩 겨우 사서 먹은 기록을 체크카드 내역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사건 정황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아들은) 미래에 대한 것을 다 준비하는 과정이었는데 갑자기 이랬다는 게 저희도 조금 의아했다”면서 “(아이의)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유서를 발견했다”고 답했다.

피해자 어머니에 따르면 사건 속 음성이 공개된 뒤 관련 제보가 조금씩 들어오는 상황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아버지가 지난 12일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올린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피해자는 지난달 20일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뒤 이틀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피해자의 아버지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내 아들을 죽인 얼굴 없는 검사 김민수를 잡을 수 있을까’라는 글을 게시하며 사건의 내막을 알렸다. 17일 오후 기준 1만7000여명이 청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이 단순히 430만원의 피해를 보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 일각에 대해선 “(우리 아들이) 마음을 너무 다쳐서 그런 것”이라며 “검사, 검찰로 속인 사람들을 도와줬는데 죄를 다 뒤집어쓰게 됐지 않나. 그런 억울함과 여러 사람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아들의 행실에 관한 사회자의 질문에 어머니는 “모든 분들한테 항상 거짓 없었다”면서 “장애인 시설이나 여러 군데 봉사를 가면 그쪽에서 너무 열심히 한다고 꼭 관계자분들이 다시 와달라고 그렇게 요청할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의 근황에 대해선 “처음에는 사건을 묻어버릴까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계속 나쁜 짓을 하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 또 심하게 당할 사람도 있을 건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도, 또 우리 아들을 위해서도 많이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어머니는 “아들이 원했던, 유서 내용에도 있듯이 선량한 사람들이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영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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