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 쉬즈융도…中 ‘저항’ 지식인들 잇따라 ‘실종·체포’

국민일보

법학자 쉬즈융도…中 ‘저항’ 지식인들 잇따라 ‘실종·체포’

쉬즈융, 시진핑 퇴진 주장 ‘권퇴서’ 파문…칭화대 쉬장룬 교수,시민기자 천추스,팡빈 ‘실종’

입력 2020-02-17 17:26 수정 2020-02-17 17:38
미국 캘리포니아 UCLA 대학 캠퍼스에 중국 우한의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하고 숨진 의사 리원량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 시진핑 국가주석의 위기 대처 능력을 비판했던 저명 법학자 쉬즈융(許志永)이 경찰에 체포됐다.

시 주석을 공개 비판한 칭화대 쉬장룬 교수와 우한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실상을 고발한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의류판매업자 팡빈 등 저항하는 지식인들의 체포·실종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광둥성 판위 지역의 인권 변호사 양빈(楊斌)의 자택에 피신해 있던 쉬즈융이 체포됐다. 양빈과 그의 남편, 아들도 함께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쉬즈융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이다.
지난 15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쉬즈융.유튜브 영상 캡처

수배 상태였던 쉬즈융은 코로나19가 절정으로 치닫던 지난 4일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권퇴서(勸退書)’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무역전쟁, 홍콩 시위, 코로나19 확산 등 주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시 주석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대 법학박사 출신인 쉬즈융은 2003년 쑨즈강이라는 청년이 수용시설에서 폭행당해 숨지자 법학자, 인권변호사들과 함께 ‘신공민 운동’을 결성해 농민공, 철거민, 고문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 지원과 공익소송에 앞장서 왔다.

쉬즈융은 지난해 12월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반정부 집회에 참가했다가 수배령이 떨어지자 광저우에 있는 양빈 집에 피신해 있었다. 쉬즈융 외에 샤먼 집회에 참가한 딩자시와 지팡빈, 천수성 등 인권 변호사, 활동가, 반체제 인사들이 잇따라 연행됐다.

변호사인 양빈도 최근 온라인에 글을 올려 “리원량의 죽음은 관련 법률이 아닌, 당과 국가 체제에 대한 분노를 불러오고 있다”고 중국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연락두절된 쉬장룬 칭화대 법대 교수.

최근 ‘표현의 자유 보장’ 등 5대 요구 수용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칭화대 법대 쉬장룬도 교수도 연락이 두절됐다. 쉬장룬 교수의 친구들은 “수일 동안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칭화대 법대 교수인 쉬장룬은 최근 여러 해외 웹사이트에 기고한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에서 중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쉬 교수는 “내가 처벌을 당할 거라고 너무나 쉽게 예견할 수 있다. 틀림없이 이건 내가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라고 적기도 했다.
실종된 의류 판매업자 출신 시민기자 팡빈.

우한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고통받은 현장 실태를 영상으로 고발해온 지역 의류판매업자 팡빈도 갑자기 사라졌다.

팡빈은 우한의 한 병원 밖에 주차된 승합차에 시신을 담은 포대가 놓여있는 것을 포착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고발했다. 그는 영상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괴로워했다.

팡빈은 지난 9일 찍은 마지막 영상들에서 자신이 사복경찰들에 둘러싸였다면서 “권력욕”, “독재” 등을 비난했다.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

우한 참상을 고발한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35) 씨도 6일부터 실종된 상태다. 천추스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그가 격리됐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언제 어디로 격리됐는지 가족들도 모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추스는 우한 봉쇄령이 내려진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 우한 병원, 장례식장 등의 상황을 찍은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며 “무섭다. 앞에는 바이러스가 있고 뒤에는 공안이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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