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x정우성, 이런 케미… “다시 만난다면 로코 어떨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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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x정우성, 이런 케미… “다시 만난다면 로코 어떨까” [인터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서 첫 호흡

입력 2020-02-17 21:09
강렬한 범죄 스릴러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배우 전도연과 정우성. 전도연은 “돈이 행복의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정우성은 현재 무엇에 절박함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2세”라고 답했다.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상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영화는 전 세계 80개국에 판매됐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제목에서 많은 의미가 읽힌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 영화는 돈 때문에 무너져 내린 평범한 사람들의 지리멸렬한 삶을 비춘다. 돈을 좇다 끝내 짐승 같은 본능을 깨우고야 마는 그들의 세계는 어리석고 비정하며 냉혹하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은 억대의 현찰이 든 돈 가방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다. 사채 빚에 시달리는 공무원,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사기를 당해 가정이 무너진 주부…. 각자의 시공간에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사연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영화의 ‘큰 그림’이 완성된다.

영화의 중심에 놓이는 인물은 술집 사장 연희(전도연)와 그의 애인 태영(정우성)이다. 출입국 관리소 공무원 태영은 자신도 모르는 새 연희의 사채 빚을 떠안게 되면서 일상이 망가진다. 불안과 절망으로 뒤엉킨 인물의 심리는 음침하고 어둑한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해진다. 연희와 태영 역의 배우 전도연(47)과 정우성(47)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봤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그간 묵직한 감성을 다룬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온 전도연으로서는 적잖이 과감한 선택이다. 상업성 짙은 범죄 스릴러의 강렬한 소시오패스 캐릭터라니. 전도연은 “시나리오가 매우 재미있었다. 돈 가방을 찾는 인간들에 관한 빤한 이야기인데, 그걸 풀어가는 방식이 빤하지 않았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느낌이랄까.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연희는 전사(前史)가 없는 인물인데, 그렇기에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했다는 게 전도연의 말이다. 그는 “시나리오상에 이미 연희라는 캐릭터가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딱히 감정이입을 할 필요도 없이 캐릭터 자체를 즐겼다”면서 “힘을 줘서 뭔가 하려 하지 않고 최대한 편하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정우성과의 호흡은 처음이었다. 예상과 달리 껄렁껄렁한 태영 캐릭터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처음엔 많이 당황했다”는 전도연은 “촬영하다 보니 태영의 모습이 우성씨에게 있더라. 점점 그가 궁금해졌다”고 얘기했다. 다른 작품에서 재회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정우성 전도연 하면 흔히 멜로를 생각하실 텐데, 우리 코미디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웃음).”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연배우 전도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깊고 무거운 연기에 대한 피로감을 느꼈다는 전도연은 새로운 도전이 즐겁다고 했다. “비중이나 장르에 관계없이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새롭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국내 여성 배우 가운데 독보적인 커리어를 자랑하는 칸의 여왕. 그는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오스카) 수상을 보며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대단하다고 표현하기에도 모자란, 그야말로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작품상까지 4관왕이 확정됐을 땐 ‘악’ 소리도 안 날 만큼 놀랐죠. (할리우드는) 다른 세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다가온 거잖아요. 새로운 문이 열린 거죠.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와 감독들에게 어떤 꿈과 희망이 생겼을 거예요.”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한껏 ‘내려놓은’ 연기를 선보인다. 상대배우인 전도연뿐 아니라 감독까지 그의 연기를 보고 놀랐다. ‘정우성이 이렇게 연기해도 되나’ 싶었단다. 정우성은 “캐릭터 설정에 오점이 보였다면 우려로 바뀌었을 텐데, 나는 자신감이 있었다. 확신을 가지고 상대배우와 감독을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주연배우 정우성.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관객들이 예상하는 ‘미남 정우성’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여태까지 정우성은 단 한 번도 그런 보편적 기대에 부합하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관객들도 이제는 배우로서 저의 선택과 고민을 알기에 더 이상 ‘멋진 정우성’만 기대하진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망가졌다고요? 오히려 캐릭터에 충실한 거죠. 작품에 진지하게 임한 것이고.”

정우성은 이번 영화를 “전도연이 정우성에 대해 많이 알게 된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저 역시 도연씨가 현장에서 한 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고 애정과 책임감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며 감명 받았습니다. 더 길게 촬영했으면 좋았을 걸, 아쉬움이 들어요. 다시 만난다면 가벼운 ‘로코’를 찍고 싶어요. 그동안 영화가 도연씨에게 짊어지게 한 짐이 너무 무겁기에, 그 무게를 덜어주고 싶어요.”

전작 ‘증인’(2019)으로 각종 유수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정우성은 “계속해서 규정짓지 않는 연기를 해나갈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 자유로움을 주지 않으면 얽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오래도록 염원해온 연출에도 도전한다. 주연으로도 출연하는 감독 데뷔작 ‘보호자’ 촬영에 돌입했다. “요즘은 시나리오 생각밖에 없어요. 긴장도 한가로워야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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