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선물해야 체면 선다…금지령 풀리면 먹을 것”

국민일보

“야생동물 선물해야 체면 선다…금지령 풀리면 먹을 것”

입력 2020-02-19 10:47 수정 2020-02-19 15:02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시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야생 동물 가게의 차림표(왼쪽)와 말린 박쥐. 중국 웨이보, 연합뉴스

“동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거예요. 먹거리로 선물하는 동물은 체면을 살려줍니다.”

중국의 야생동물 거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외신기자에게 현지의 한 판매상은 이렇게 말했다. 야생동물을 사고팔던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의 화난(華南)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공공연해졌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는 야생동물 식용 문화를 근절할 의지가 없는 듯한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은 17일(현지시간) 중국 내 야생동물 거래처를 취재하며 만난 상인과 고객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숙주로 알려진 박쥐는 물론 공작, 뱀, 원숭이, 고양이 등과 같은 야생동물을 불법 도축하고 거래하고 있다. 곰 쓸개즙, 천산갑 비늘, 코뿔소·사슴 뿔 같은 일부분도 비싼 값에 사고 팔린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병 원인으로 야생동물의 섭취하는 중국 식문화가 지목된 뒤, 중국 국가임업초원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야생동물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야생 동물 보호법을 포함한 동물 전염병 예방 및 기타 분야에 대한 개정도 가속할 것임을 밝혔다. 중국 최고 입법부가 올해 야생동물 밀매에 관한 법을 강화한다는 신화통신 보도도 나왔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武漢)시의 화난(華南)수산물도매시장 앞에 경찰 통제선이 쳐져 있는 가운데 한 상인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자신의 가게에 잠시 들어가 놓고 나온 물건을 챙기고 있다. 연합뉴스

당국이 나서 야생동물 거래를 막고 있지만 일상처럼 판매하고 섭취해왔던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큰 타격이 아니다. 한 상인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이 허락하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며 “지금은 언제까지 금지할지 모르니 일단 고기를 냉동시켰다”고 말했다.

야생동물 고기를 자주 구입했던 한 고객은 “사람들은 야생동물 고기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기가 먹거나 남에게 주려고 사는데, 선물하기도 좋고 체면을 살려준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중국 공안이 전국의 가정과 식당, 시장을 급습해 야생동물을 도축·판매·섭취한 혐의로 잡아들인 사람은 약 700명 정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강경한 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뉴스 사이트 후푸는 “야생동물 식용을 포기한다는 것은 질식 위험 때문에 먹는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며 “(감염병의)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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