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으면 버려” 영광 여고생 집단 강간 그 후… 대법 ‘치사’ 인정

국민일보

“죽었으면 버려” 영광 여고생 집단 강간 그 후… 대법 ‘치사’ 인정

술 취해 쓰러지자 성폭행하며 촬영… 범행 후 방치

입력 2020-02-20 10:23
연합뉴스TV 캡처

고등학생 여성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하고 방치해 숨지게 한 남성 2명이 대법원에서 중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치사 혐의를 두고 의견이 갈렸지만 대법원은 치사가 맞다고 봤다.

이른바 ‘영광 여고생 사망사건’ 선고를 맡은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0)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전했다. 공범 B군(19)에게는 장기 8년~단기 6년형을 내렸다.

이들은 2018년 9월 13일 새벽 전남 영광군 한 모텔 객실에서 피해자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한 뒤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들은 소주 6병을 구입해 모텔로 갔다. 미리 게임 질문과 정답을 공유하고 피해자가 게임에서 걸리도록 조작해 의도적으로 벌주를 먹였다. 자신들은 취하지 않기 위해 숙취해소제까지 마신 상태였다. 피해자는 한 시간 반 만에 3병 가까이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피해자가 만취해 쓰러지자 순차적으로 강간했다. 동영상 불법촬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유유히 모텔을 빠져나왔다. 피해자는 그 자리서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추정됐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4%를 넘었다.

범행 전 올라온 의문의 SNS 글

지난해 2월 15일 1심 법원은 이들에게 최고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도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방치한 채 모텔을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치사 혐의는 무죄로 봤다.

법원 판결이 나온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더 강한 처벌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피해자의 친구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친구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혼자 죽었다. 쓰러지자마자 병원에 데리고 갔다면 살 수 있었다”며 “그들은 친구가 쓰러지자 강간했고 성관계 동영상을 찍었다”고 적었다.

이어 “가해자 휴대폰에 술게임을 사전에 조작한 증거와 친구의 몸 사진, 성관계 동영상이 있었다.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술을 마시게 했고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가해자들은 전과가 있었다.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등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충격적인 사건 내막도 털어놨다. 청원인은 “사건 전 가해자는 SNS에 ‘여자 xx사진 들고 올라니까’ 처럼 범죄를 예고하는 듯한 댓글을 남겼다. 모텔에서 빠져나온 뒤 후배에게 연락해 ‘살았으면 데리고 나오고 죽었으면 버리라’는 말도 했다”며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을 예측할 수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혼자 쓰려져 강간당하고 촬영당할 때 친구는 살아있었다. 그 끔찍한 순간에도 숨을 쉬고 있었는데 억울함을 토해내지 못 하고 죽고 말았다”며 “친구와 가해자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오빠 동생 사이였다. 하지만 가해자는 뻔뻔하게 형량을 줄이려 애쓰고 있다”고 분노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편히 살아가는 범죄자들을 가만 볼 수가 없다. 강력한 처벌을 부탁한다.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나라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1심과 2심 엇갈린 ‘치사’ 혐의… 대법은 2심 인정

1심은 숙박 용도로 사용되는 모텔에 피해자를 두고 나온다고 해서 사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A씨에게는 장기 5년~단기 4년6개월을 선고했고 공범 B군에게는 장기 4년~단기 3년6개월을 내렸다.

2심은 치사 혐의를 인정했다. 범행과정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의식불명인 피해자를 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범행 현장을 나갔고,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자 후배에게 전화해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가서 깨워달라’는 통화를 한 적도 있어 사망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A씨에게 징역 9년을, B군에게 장기 8년~단기 6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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