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도 수술도 못해요” 병원 폐쇄로 갈 곳 잃은 환자들

국민일보

“출산도 수술도 못해요” 병원 폐쇄로 갈 곳 잃은 환자들

입력 2020-02-23 18:10
지난 22일 외래진료를 중단한 서울 은평성모병원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은평성모병원에서는 최근 이틀 동안 2명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외래 진료를 받던 임산부와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갑작스럽게 병원 폐쇄 조치가 이뤄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출산이 임박했거나 어렵사리 진료 일정을 잡았지만 부랴부랴 다른 병원을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여서다.

임신 39주차인 A씨는 23일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왔는데, 급하게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최근 이틀 동안 환자 이송요원, 입원 환자까지 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은평성모병원은 전날 병원을 무기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내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확진자 추가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A씨는 “아이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데 분만실은 물론 외래 진료 자체가 무기한 중단됐다”며 “다른 병원에 가려면 진료기록을 이관해야 하는데 병원 측에선 24일까지 조치하기 어렵다고 한다. 갑자기 다른 병원으로 가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출산한 김모씨는 이날 퇴원한 뒤 집에서 산후조리를 시작했다. 은평성모병원에서 출산한 산모는 산후조리원에 입소할 수 없다는 보건당국의 지침이 내려져서다. 김씨는 “산후도우미를 급하게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분유랑 귀저귀도 급하게 사서 힘들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은평구 소재 산후조리원들은 미리 예약을 했더라도 은평성모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입소할 수 없다는 내용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감염 우려가 있어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2주간 잠복기가 지난 뒤 음성 판정이 나온 산모는 입소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조리원은 은평성모병원 진료 기록만 있어도 받지 않기로 했다.

출산 예정일까지 비교적 시간이 남은 임산부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초 계획과 달리 다른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날에 진료를 받아서 병원 측으로부터 ‘자가격리를 부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뒤 당황스럽다는 산모도 있다.

어렵게 진료 일정을 잡았던 환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병원마다 진료 및 수술 예약이 가득 차 있어 병원을 옮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허리디스크 환자인 C씨는 “당장 24일에 입원해 오는 27일 수술을 받을 예정이었다. 진통제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 수술을 결정한 것인데 정말 미칠 노릇”이라고 전했다. D씨는 “암 환자인 아버지가 주기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다가 문자로 자가격리 통보를 받으셨다”며 “다른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면역력이 떨어지셔서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일단 병원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잠정 폐쇄 조치를 진행했으며, 향후 코로나19 확진자 추가 발생 추이 등을 고려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폐쇄 기간을 확정하고 혼란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은평성모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와 수술 예정이었던 분들에게 잠정 폐쇄 소식을 알렸고,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급한 환자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승인을 받은 뒤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질본에 요청해뒀다”고 설명했다.

전국 병원에 줄줄이 폐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진료가 필요한 환자와 병원 내 음성환자, 직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1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현재 신규입원과 외래진료 등을 중단한 채 확진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다. 의료진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남 창원 한마음병원은 병원 전체가 폐쇄된 상태다.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 지역에서도 경남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병원이 응급실 문을 닫았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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