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 더 위험… 일본 크루즈 다를 바 없다”[인터뷰]

국민일보

“코호트 격리 더 위험… 일본 크루즈 다를 바 없다”[인터뷰]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

입력 2020-02-24 15:44 수정 2020-02-24 18:52

경북 청도대남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113명 중 101명이 정신병동 환자였다.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 탓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곳에 지금도 환자들이 머물고 있다. 감염자를 의료진과 함께 폐쇄하는 ‘코호트 격리’ 차원에서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24일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경 그대로 현재 환자 80여명과 의료진 9명이 코호트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며 “경증을 중증으로 만드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폐쇄하고 1인실 격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오후 2시 기준 확진자 763명 중 113명이 경북 청도대남병원에서 발생했다. 대부분 정신병동 환자로 이곳에 입원한 환자 2명을 제외하고 모두 감염됐다. 밀폐된 공간에 밀집해 있었단 의미다. 병원은 22일 격리치료병원으로 전환되면서 국내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됐다.

백 과장은 “일본의 크루즈 상황과 다를 바 없다. 오히려 더 심하다”며 “확진자 대부분이 정신병동 환자인 관계로 관리 및 통제가 쉽지 않아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한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정신병동의 열악한 입원 환경에서 비롯됐다.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던 환자들의 바이러스 부하는 엄청나다. 소독을 했겠지만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의 경우 온돌방식의 병실 한 개에 최대 8명까지 수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4시간 밀접하게 붙어 지냈고 지금도 그렇다. 이런 조건은 바이러스 증식에 최적의 환경이라는게 백 과장의 설명이다. 집단 감염을 유발한 장소에 그대로 격리시킨 셈이다. 현재도 한 방에 6~8명이 수용돼있고 그 안에서 교류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 과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정신병동에서 이례적인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신질환에 친화적일 리 없고 기저질환이나 만성질환, 허약체력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쉽게 감염됐다고 볼 수도 없다. 현재 확진판정을 받은 노쇠한 80대도 잘 버티고 있다. 문제는 폐쇄병동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조건에서 그대로 코호트 격리치료를 유지할 것인지 진지하게 다시 평가해 봐야 한다.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며 “밀폐되고 밀집된 정신병원 입원 환경에서 바이러스 증식과 전파는 용이하다. 코호트 격리 탓에 오히려 중증으로 넘어가는 환자가 다수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백 과장은 “1인 격리가 최선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병실 당 수용인원을 줄이고 커텐 등으로 개별 공간을 확보하는 조치라도 취해야 한다”며 “순차적으로 다른 병실로 이송한다고는 하는데 하루가 급하다.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빠르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 2의 ‘31번’ 막으려면… 중소병원도 코로나19 검사해야

백 과장은 “31번 환자가 의사의 검사 권유를 두 차례 거부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며 “만약 입원한 병원에서 바로 검사를 시행할 수 있었다면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는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 여러 명이 거쳐간 오염된 장소라는 인식이 팽배해 방문 자체를 꺼려하는 환자들이 많다. 더욱이 31번 환자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고, 중국에 다녀오지도 않았다면 거부감은 더 심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과 환자 간 실랑이가 2~3일 지속된다면 그 사이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백 과장은 “중소병원의 경우 코로나 진단법인 RT-PCR을 시행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지만 샘플을 직접 채취해 검사 수탁기관에 보내면 가능하다. 신종플루나 메르스 때는 이렇게 검사를 했다”며 “하지만 지금 막혀 있다. 이미 수탁 기관들은 준비가 돼 있으나 지침이 안 내려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느 중소병원에 확진자가 입원해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지역사회를 보호하려면 이런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한다. 중소병원에서도 검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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