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내 편, 한국인 네 편이냐” 박능후 ‘자국민 탓’의 여파

국민일보

“중국인 내 편, 한국인 네 편이냐” 박능후 ‘자국민 탓’의 여파

입력 2020-02-27 05:36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원인을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으로 지목해 논란을 빚자 정계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 장관의 문제의 발언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그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한 질문에 답하던 중 “바이러스 특성 자체가 (입국 시)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입국하면서 감염원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박 장관의 말이 자국민을 뒷전으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맹공에 나섰다. 이만희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발병국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 입국 제한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인이었다는 사실도 무시한 국민 기만”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정권이 거듭 국민의 상처를 후벼파고 있어 안 그래도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더욱 분노와 좌절로 몰아넣고 있다”며 “무책임한 언동으로 국민을 모욕한 데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윤경 통합당 청년부대변인도 “실로 우리 국민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신천지탓, 대구탓을 넘어 우리 국민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제 중국인이 내 편, 한국인이 네 편이라 한다”며 “이번 사태에 무한 책임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 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박 장관을 당장 경칠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임을 배제하고 감염 피해자인 자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솔한 발언”이라며 “보건 방역 책임자로서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발언하기 바란다”고 했다.

여당 역시 박 장관의 발언에 곤혹스러움을 표하며 잘못을 지적했다. 다만 야당만큼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략적인 공격”이라며 야당 공세에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인 입국 금지 관련 결정에 대해서는 모두 합리적인 판단을 했을 테지만, 국민의 솔직한 우려도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선거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박 장관의 발언은 왜 중국에 대한 입국을 통제하지 않느냐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날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에 이어 박 장관의 발언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들이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나온다. 당 내에서는 “이런 시기에 구설들이 너무 많다” “다들 열심히 하면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은 중국 때문이지 왜 한국인들 때문이냐. 왜 폭탄을 거기로 돌리냐”며 “중국 눈치 보느라고 중국 탓을 못 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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