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부족 문제, 우한 교민 때처럼 연수원 활용해야”

국민일보

“병실 부족 문제, 우한 교민 때처럼 연수원 활용해야”

입력 2020-02-27 15:11 수정 2020-02-27 15:17
연합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백명씩 발생하면서 병실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궁여지책으로 대구시는 경증 환자는 자가격리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증상이 거의 없다며 자가격리 조치됐던 환자 중 한 명이 27일 숨지면서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우한 교민 수용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며 “연수원을 활용해 확진자를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구시는 27일 오전 9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A씨(74)가 영남대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6시 자가격리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영남대병원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숨졌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 대구 신도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서 지난 25일 확진판정을 받은 후 자가격리 형태로 대기하던 환자였다.

다만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확진환자 중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입원을 하지만 A씨는 증상이 별로 없어 입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원칙적으로 입원치료를 해야 하지만 병실이 모자라 집에 있으면 보건소에서 전화로 증상을 물으며 파악해 왔다. 오늘 새벽 갑자기 호흡곤란증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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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때처럼 연수원 활용해야”

현재 대구를 제외한 지역의 경우 경증환자라도 응급실에서 음압 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대구는 병상 부족 문제로 경증환자는 자가격리한다. 이들은 의료진과 수시로 전화를 하며 치료를 받고 있다. 때문에 치료 시점을 놓쳐 악화하면 어떡하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27일 기준으로 대구 확진자는 1017명으로 입원 환자는 447명이고 나머지는 자가격리 중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당장 100여명을 입원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시 내 549병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백 과장은 연수원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방식은 우한 교민 수용 모델”이라고 적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 운영하는 연수원들을 자가 격리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백 과장은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입원을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경증의 경우 자가격리로 전환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게 쉽지 않다”며 “집에서 격리를 하자니 당장 가족이 문제다. 아무리 주의해도 접촉을 피하기 쉽지 않다. 주거 환경이 취약한 분들은 밀접한 접촉을 피할 수가 없다. 가족 집단 감염이 발생하기 쉽다. 여기서도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선 경증 환자에 대해 우한 교민 때 처럼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만 환자 수용이기 때문에 의료진을 보강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하면 될 것 같다. 방역, 의료, 수송 등 관련 업무에서 일하다가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하게 되는 경우도 포함하면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될 듯하다. 요즘 연수원들이 텅텅 비어 있을 듯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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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중 사망… 우려했던 상황 어떻게 극복할까

일각에서는 자가격리 중 환자가 사망하면서 위험 분류체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인은 앞서 신장이식을 받은 기저질환자였고 고령이었다. 하지만 입원하지 못 했다. 방역 당국은 지역별로 대규모 환자가 발생하면 병상 부족에 따른 병목현상이 계속 빚어질 것을 우려해 환자를 위중도에 따라 분류해 병상을 배정하기로 했다.

앞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입원 지연은 여러 이유가 있다”며 “대구의 경우 검사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확진자 수가 일시적으로 늘고 있다. 발생 단계 병목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상에 대한 중증도를 제때 분류하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며 “중증도 분류체계를 보완할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질본과 최종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에 있다”고 전했다.

중대본은 해당 지침에 각 지자체별로 환자 중증도 분류에 따른 병상 배정을 갖추는 방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처럼 이미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지역은 중증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병상이 지역 내에서 확보가 어렵다면 타지역으로 연결하고 배정하는 체계를 중앙단위에서 갖출 예정이다.

민복기 대구시 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각 지자체에 도움을 호소했다. 그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루에 1000~2000건 이상 검사를 하고 있다. 지금도 검체가 많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니까 (확진자는) 몇 배 이상이 증가할 것 같다”며 진짜 응급 환자와 중증 환자를 잘 관리해야 된다. 결국은 치사율, 치명률을 낮추는 대처가 중요하다. 혈액 투석을 하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 산모, 소아당뇨 환자, 면역이 떨어진 환자 등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확진자 모두 입원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지자체라도 환자가 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라며 “전화 관리를 하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중증 환자 관리로 넘어가도록 긴밀하게 대처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계속 지자체장들에게 전화를 돌리면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참 어렵다. 정말 도와주면 감사한데…”라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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