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아니라 검사도 못 받았다” 분통 터뜨린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국민일보

“신천지 아니라 검사도 못 받았다” 분통 터뜨린 코로나19 사망자 유족

입력 2020-02-29 09:33 수정 2020-02-29 09:35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로 숨진 사망자의 유족이 신천지증거장막(이하 신천지) 신도가 아니어서 검사도 못 받고 숨졌다는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숨진 14번째 사망자 A씨의 딸 B씨는 연합뉴스에 “지난 화요일(25일) 1339와 서구보건소에 전해했더니 중국 방문도 안 했고 신천지 교인도 아니고, 접촉자도 없어 검사를 안 해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B씨에 따르면 어머니인 A씨는 지난 22일부터 기침을 시작해 이비인후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다고 했다. 이때까지는 코로나19의 일반적인 증상으로 알려진 열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24일 저녁부터 상태가 악화했고 기침과 근육통까지 나타났다.

폐암 치료 중인 남편이 먹는 폐암 환자용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다음날 보건소에 전화로 문의했다. 보건소는 “열이 나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아닌 것 같다”며 “신천지 교인 위주로 하기 때문에 오셔도 검사를 받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27일 상황이 급변했다. 딸의 전화에 엄마는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나 그냥 여기 앉아 있어. 앉아 있어” 라는 말만 반복했다. A씨는 남편 손에 이끌려 병원에 갔고 열이 38.5도로 측정됐다. 병원이 불러준 구급차를 타고 다시 방문한 서구보건소에서는 “대기자가 너무 많아 못 해준다. 그리고 신천지도 아니고, 접촉자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B씨는 “아빠가 보건소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까 보건소에서 열이 나니까 해열제를 사다 먹고 열을 떨어뜨리거나 돈을 들여 대구의료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코로나19 의심 때 선별진료소가 아닌 대구의료원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내받았다고 했다.

대구의료원에 도착한 A씨는 폐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환을 모두 적었다. 폐CT 결과는 폐렴이었고 확진 판정까지는 3~4일이 걸린다고 해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 A씨는 “일어나야 하는데…”라는 말을 끝으로 영영 눈을 뜨지 못했다. 남편이 더 자라며 A씨를 봤을 때 이미 온몸이 뒤틀리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그는 구급차를 타고 대구카톨릭대병원에 도착한 지 1시간 만인 오전 6시 39분에 숨졌다.

A씨는 사나흘이 걸릴 거라던 확진 통보는 숨진 당일 오전에 나왔다. B씨는 “엄마는 폐렴을 앓아온 고령자라도 기회조차 없었다”며 “말이 자가격리지 병원에 못 가서, 병원에서 안 받아줘서 강제 격리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 검사가 신천지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아니라 기회 자체라도 줬으면 손이라도 써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 B씨는 “신천지가 아닌 일반인은 길바닥에서 가다가 죽어야 하나”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아빠가 폐암 3기인데 밀접 접촉자인 아빠도 양성인데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다며 자가격리하라고 할까 봐 그사이에 상태가 엄마처럼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B씨가 서구보건소에 처음 상담받은 25일은 코로나19로 해당 보건소가 폐쇄된 날이다. 서구보건소는 지난 23일부터 감염 예방업무 총괄 직원을 시작으로 직원 5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밀접 접촉자 34명이 자가격리 중이다. 보건소는 비상 근무조직을 편성해 26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재가동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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