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국민일보

“코로나19 걸리기 싫어” 전담병원 간호사 16명 무단결근

입력 2020-03-01 12:24 수정 2020-03-01 20:44
경북 포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인 도립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코로나19에 걸리기 싫다”며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져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정상적인 생활조차 할 수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1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최근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몰리자 간호사 16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 간호사는 70여명이 있다.

이들은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포항의료원에는 현재 코로나 입원환자가 115여명에 이르지만, 간호사가 없어 8개 병상의 음압병동을 제외한 4개 병동 중 1곳을 못 열고 있다. 일반 입원환자는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포항의료원은 2일부터 입원병동 전체를 코로나19 확진자 전문병동으로 전환해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몇몇 간호사들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에는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사직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 후 출근하지 않고 있다”면서 “간호사 16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어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 관계자들이 간호사로써의 소명까지 얘기하며 붙잡아 보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병동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40~50병상의 병동 한 곳을 운영하려면 간호사 20여명 필요하다.

이에 병원은 경북도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간호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경북도는 2일쯤 간호사 15명 정도를 지원키로 했지만, 훈련되지 않은 간호사들이 오면 손발이 맞지 않아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이 일고 있다.

시민 A씨(53)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들이 환자들을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 B씨(56)씨는 “모두 힘든 시기다. 간호사들도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직업윤리만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들이 병원에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집에도 못 가고 환자를 돌본 노력은 온데간데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간호사의 지인이라 밝힌 이는 “지금 포항의료원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정상 생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업윤리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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