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병원 간호사인데… “코로나19병동 못간다” 집단 무단결근

국민일보

전담병원 간호사인데… “코로나19병동 못간다” 집단 무단결근

입력 2020-03-01 16:15 수정 2020-03-01 20:44
경북 포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인 도립 포항의료원에서 간호사들이 집단으로 사표를 제출한 뒤 무단결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병원측은 “이들이 ‘코로나19 병동으로 가기 싫다’고 했다”는 반면, 이들은 “격무에 정상적인 생활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국민일보DB

1일 포항의료원에 따르면 최근 병원에 코로나19 환자가 몰리자 간호사 16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켜 달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의 간호사는 현재 70여명이다.

이들은 병원 측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지난주 몇몇 간호사들 찾아와 ‘코로나19 병동엔 가지 않겠다’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 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한 뒤 사표가 수리되지도 않았는데 출근하지 않고 있다”면서 “간호인력이 부족해 안그래도 병동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로서의 소명까지 거론하며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무조건 코로나19 병동에서 근무하지 않겠다고 막무가내여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너무 힘들다면서 사직서를 내겠다고 한 뒤 출근을 안한다”면서 “이들이 울면서 사생활도 없이 일하는 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대구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을 생각해보라고 끝까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포항의료원에는 현재 코로나19 확진 입원환자가 115명에 이르지만, 간호사가 없어 8개 병상의 음압병동을 제외한 4개 병동 중 1곳을 못 열고 있다. 일반 입원환자는 모두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포항의료원은 2일부터 입원병동 전체를 코로나19 확진자 전문병동으로 전환해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40~50병상의 병동 한 곳을 운영하는데에만 간호사 20여명 필요하다. 이에 포항의료원은 경북도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간호인력 지원을 긴급 요청했다. 경북도는 2일쯤 간호사 15명 정도를 지원키로 했지만, 훈련되지 않은 간호사들이 오면 손발이 맞지 않아 효율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포항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비난이 일고 있다. 당장 인력공백이 생기면서 남은 간호사들만 업무가 이중삼중 가중되면서 격무에 시달리게 됐다. 간호사 한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용납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시민 A씨(53)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백의의 천사’들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자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처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도 “모두 힘든 시기다. 간호사들도 확진자와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무리 힘들어도 직업윤리는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간호사들이 병원 내에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집에 가지도 못하고 환자 돌보는 데 매진한 노력은 온데간데 없다며 반발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간호사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간호사는 “지금 포항의료원은 마스크와 손세정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등 매우 열악한 환경”이라며 “한 달 가까이 정상 생활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간호사들에게 직업 윤리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두둔했다.

한편, 포항시간호사회는 최근 포항의료원에서 자원 봉사할 간호사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지만 지원자가 1명도 없는 실정이다. 다른 병원들도 현실적으로 간호 인력을 지원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의료 공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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