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발칵 뒤집은 이덴트의 마스크 생산중단, 진실은

국민일보

여론 발칵 뒤집은 이덴트의 마스크 생산중단, 진실은

이덴트 “정부가 원가 절반, 10배 물량 요구”…조달청 “원가 50% 말도 안된다”

입력 2020-03-07 05:02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업 대한약사회장, 정무경 조달청장, 정승일 산업부 차관, 김 차관,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김헌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이영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보통신실장.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기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마스크 제조사의 공적 의무공급 비율을 현 50%에서 80%로 높이고, 출생연도에 따라 마스크 구매날짜를 제한하는 마스크 5부제 실시, 일주일에 1인당 마스크 2매 제한, 마스크 수출 전면 금지 등이 담겼다.

이 발표가 나온 뒤 치과재료 제조·유통사 ‘이덴트’가 홈페이지에 긴급안내문을 올리고 마스크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이덴트 신선숙 대표는 안내문에서 “이덴트 마스크는 생산단가가 중국산과 비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고 통보했다”며 “또 일일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정부 대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50% 반값이라니. 생산단가를 맞춰줘야 기업이 운영된다. 답답하다” “원가 후려치기는 날강도나 다름없다” “여기가 사회주의 국가냐”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과연 정부는 마스크 대란이란 비상시국을 이유로 민간 회사로부터 ▲생산원가의 절반 가격에 ▲그것도 생산가능 물량의 10배나 되는 마스크를 강제로 징발하려고 한 것일까.

이덴트 홈페이지 캡처

원가 50% 마스크, 생산물량 10배… 누구 말이 맞나

우선 이덴트 측에서 부당하다고 주장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다. 조달청에서 생산원가의 50% 가격에 마스크를 매입하겠다고 통보한 점, 일일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한 점이다. 현재 이덴트의 생산량이 약 1만장이니 하루 10만장쯤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조달청 측에 사실관계를 묻자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덴트 측에 생산원가의 50% 정도만 인정해주겠다고 했는지 묻자 “그런 통보를 한 적이 없다. 이덴트 측에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수는 있는데 (우리와) 이야기되지 않은 사실이 나오니까 당황스럽다. 굳이 이덴트에만 원가의 반절만 받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덴트가 자제 제작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치과용 마스크 가격은 한 장당 158원이다. 조달청에서는 매입가로 약 110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158원의 81%쯤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게다가 158원은 원가가 아닌 홈페이지 소비자 판매가다. 치과용 마스크의 원가가 얼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조달청이 제안한 매입가 110원이 이덴트 마스크 원가의 50%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조달청 관계자는 “물론 이런 해프닝이 있을 순 있다. 앞으로 서로 협의하면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일생산량의 약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에 대해서는 “계약서의 수량 표시에 착오가 있었다”며 오류를 시인했다. 조달청은 6일 보도자료에서 “이덴트가 마스크 제조 중단을 선언한 이후 계약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안내가 미비했고 수량 표시 착오(10배)가 있었던 것을 발견했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이덴트와는 계약이 원만히 체결되도록 적극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달청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되 그중 80%를 공적 물량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민간 의료기관이든, 기존 거래처든 자유롭게 생산 및 판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덴트 측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나중에 답변하겠다고만 말했다.

연합뉴스

마스크 생산량과 가격은 합의 과정 거쳐야

조달청에 들어오는 마스크 생산량과 매입 가격 기준은 생산 공장마다 상이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지금 100여곳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각각의 업체들 상황에 맞게 가격과 물량을 합의한다”며 “수량같은 경우에는 조달청에서 각각의 업체들이 그동안 만들었던 생산량 데이터를 미리 확인한다. 어느 정도 생산이 가능한지 체크한 뒤 공장 측에 얼마 이상 해달라고 제안을 한다. 이후 마스크 공장 관계자들과 합의 과정을 거친 뒤 계약을 체결한다”고 전했다.

이어 “추후에 수량을 늘릴지, 줄일지 등의 문제가 생기면 수정 계약을 통해 다시 한번 협의 과정을 맺을 수 있다. 모든 계약을 마치면 하루 생산량의 80% 정도를 조달청에 보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패널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가격 역시 조달청과 마스크 제조업체 사이에 합의 과정을 거친다. 통상 보건 마스크의 경우, 한 장당 약 900원 정도에 매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00원이면 생산 원가의 약 2~3배 정도 가격이다.

경기도 부천의 마스크 공장 관계자는 “최근에 부직포 원단 값이 오르면서 마스크 한 개당 원가가 300~350원 정도 든다”며 “원래 거래처에 판매되는 납품 가격은 약 1100원 정도였고 조달청에서는 약 900원 정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30만개 정도”라며 “6일부터 마스크 생산량의 80%인 24만개는 조달청으로, 나머지 20%는 기존 거래처에게 보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출에 부담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물론 저희가 원래 계약을 맺었던 거래처와의 거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부담이 되긴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개별적으로 거래처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뉴스

김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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