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저 하혈해요” 임신부 확진자에게 “병상 없다” 대답

국민일보

[단독] “저 하혈해요” 임신부 확진자에게 “병상 없다” 대답

대구시 “임신부 확진자가 고위험군인지 몰랐다”

입력 2020-03-08 14:55 수정 2020-03-08 15:19
대구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임신부임을 인지하고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시킨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지침’에 따르면 중증도에 관계없이 임신부는 무조건 일괄적으로 격리입원시켜야 한다.


여기에 해당 생활치료센터는 산부인과적 의료 처치를 받을 수 없다는 사전 설명도 없이 임신부에게 일종의 ‘센터 잔류 동의서’를 자필로 작성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뒤늦게 지침을 알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보건 당국과 대구시의 임신부 확진자 관리에 구멍이 드러난 것이다.

임신 10주차를 앞둔 30대 A씨는 지난달 27일 대구 달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4일부터 열이 38℃까지 오르고 미약한 인후통을 느꼈었다. 일주일간 자가격리 끝에 병원이 아닌 경주의 한 생활치료센터(농협경주교육원)에 지난 3일 입소했다.

A씨는 센터 입소 전에 보건소와 구청 측에 자신이 임신부이고 하혈 증세가 있어 입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건소 측은 병상이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코로나19 임산부 지정 의료기관인 대구 파티마병원과 연락이 닿았지만, 병원 측에선 응급 만삭 임신부 환자가 생겨 기다리라고 답변했다. 이후 보건소는 계명대동산병원 산부인과와 전화상담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병원에선 “하혈 증세가 심하지 않는 데다 코로나19는 집에서 휴식만 취해도 감기처럼 지나가니까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8일 오전에도 계명대동산병원은 “증상이 양호하니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반복했다.

A씨는 확진 판정 직후부터 하혈 증세가 생겼다. 외출이 힘들어 친구에게 부탁해 자신이 진료를 받아왔던 한 산부인과 병원으로부터 유산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임신부는 중증도에 관계없이 일괄 입원돼야 하는데도 대구시가 A씨를 생활치료센터로 입소시켰다는 점이다. A씨는 “3일 오전 0시쯤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보건소에서 갑자기 연락이 오더니 센터에 가게 됐다며 구급차를 보낼테니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센터에 가면 산부인과 의료진이 있을 줄 알고 집에 있는 것보단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입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이면서 임신부인 A씨가 생활치료센터에서 요구받은 자필로 쓴 센터 잔류에 대한 동의서. 동의서를 작성한 후 A씨는 센터에 전원요청을 신청했다. 제보자 제공,

하지만 센터 생활은 A씨의 바람과 달랐다. A씨는 “상주하는 의료진이 1일 2회 전화를 걸어 상태를 확인한다. 가끔 방에 있는 벨을 눌러 문 앞에서 상태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입소한 이후로 의료진을 단 2번 밖에 못봤다”고 토로했다. 이어 A씨는 “현재 태아 상태는 어떤지, 또 집에 두고 온 아이는 잘 지내는지 온종일 걱정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한 A씨는 지난 7일 센터로부터 황당한 요구까지 받았다. 센터 측은 A씨에게 센터에 남을지, 병원에 입원하고 싶은지 여부를 물었다. A씨는 일주일 뒤면 코로나19 검사를 들어갈 예정인데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해 센터에 남기로 했다. 모든 임신부 확진자가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센터 측은 A씨에게 “센터에 잔류할거면, 산부인과적 처치가 힘들다는 걸 미리 숙지하고 입소했다는 동의서를 자필로 남겨달라”고 말했다.

센터 측은 전화 상으로 불러주는 동의서 내용을 메모장에 적으라고 A씨에 요구했다. A씨가 받아적은 동의서 내용(사진)은 ‘본인은 센터에 산부인과 의사가 상주하지 않았음을 알고 입소했고, 긴급한 산부인과 처치를 받지 못한다는 설명을 충분히 숙지해 계속 입소하기를 원합니다’ 였다.

A씨는 “동의서를 적다보니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입장을 바꿔 입원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당시 부산의 한 확진자가 국내 첫 임산부였고, 바로 격리입원 조치됐다는 보건 당국의 발표에 대구시에서 급하게 동의서를 받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노했다.

센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씨가 센터 입소 당시 임신부인걸 알지 못했다. 나중에 의료진이 검진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라며 “다른 병원에서 수술 전에 환자에게 동의를 받듯이 센터 잔류 의사를 밝힌 A씨에게 동의서를 받으려고 했던 것이지 강요는 없었다. 대구시에 의뢰해 전원조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A씨가 임신부인지 몰랐고, 임신부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지도 몰랐다. 빠르게 입원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비단 대구시의 문제 만은 아니다. 컨트롤 타워인 보건 당국도 환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권순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부산 임신부 확진자가 국내 첫 임산부 확진 판정 사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 이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후 오후에서야 보건 당국은 대구에 추가 임신부 확진자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대구시는 8일 브리핑에서 임신부 확진자는 모두 7명이라고 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많이 본 기사

포토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