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올림픽 앞둔 일본, 욱일기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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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교수 “올림픽 앞둔 일본, 욱일기 넘쳐납니다”

[And 스포츠] “민간·체육단체·정치권 공조로 욱일기의 올림픽 진입 막아야”

입력 2020-03-13 04:15 수정 2020-03-13 04:15
서경덕 교수는 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개최국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을 우려하며 "민간·체육단체와 정치권의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올림픽의 불꽃이 점화됐다.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리피아에서 12일(한국시간) 채화된 성화는 오는 19일이 되면 일본에 도착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올림픽 연기·취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적으로 높지만, 일본 정부는 강행 의지를 꺾지 않고 다가오는 성화를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 취소 권한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성화는 오는 7월 24일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타오른다.

일본 정부가 세계의 우려를 외면하고 올림픽 강행 의지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미 건설한 시설과 투입한 자본, 4년간 출전을 준비한 각국 선수들의 노력, 1·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면 취소된 적이 없는 올림픽의 연속성과 같은 표면화된 이유들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의 관점이 있다. ‘아베 정권’이 정치적 생명력을 연장할 목적으로 올림픽의 성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주장하는 서경덕 교수를 지난 9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 교수는 제국주의 일본을 상징하는 욱일기 퇴치 운동을 대학교 1학년생 때부터 25년 넘게 펼쳐온 인물이다. 서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욱일기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 침략의 역사를 올림픽에서 면죄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국제 축구경기마다 욱일기를 경기장으로 반입한 사례가 빈번하게 포착된다. 사진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의 관중석에서 포착된 욱일기. 국민일보 DB

-일본 상황을 꾸준하게 관찰하고 있는가.

“코로나19를 빌미로 한국인 입국이 제한된 뒤에는 일본으로 건너가지 못했다. 그 전까지 일본을 왕래하며 현지 상황을 살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된 지난해 여름부터 이미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줄었다. 그 이후에도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가.

“지난해부터 달라진 것이 있다. 야스쿠니 신사처럼 제국주의 시절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시설물은 물론이고, 하라주쿠 같은 도쿄 시내 유명 거리나 아사쿠사 사찰과 같은 관광지에서도 욱일기를 활용한 상품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깃발·배지·열쇠고리 같은 기념품만이 아니다. 과자·사탕 상자에도 욱일기를 디자인으로 활용한 상품이 넘쳐난다. 오랫동안 일본을 오가며 관찰했지만, 요즘처럼 욱일기 상품을 많이 본 적이 없다. 올림픽을 앞두고 욱일기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에서 욱일기 상품이 늘어났다고 생각한 시기는 구체적으로 언제였는가.

“럭비월드컵이 열린 지난 가을부터였다 럭비월드컵 이후 열린 프리미어12에서도 도쿄 시내 거리나 관광지에 전시된 욱일기 상품은 줄어들지 않았다.”

(※럭비월드컵은 지난해 9~11월 일본에서 개최됐다. 프리미어12는 야구 국가대표 대항전으로 결선 격인 슈퍼라운드는 같은 해 11월 17일까지 일주일간 일본에서 치러졌다.)

-욱일기 판매자나 소비자와 접촉한 적이 있는가. 그들은 욱일기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럭비월드컵 기간인 지난해 가을 도쿄에서 일본인 판매자에게 욱일기의 의미를 아는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알고 있지만 최근 수요가 늘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욱일기 디자인 상품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문의가 늘어 (수익을 내기 위해)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소비자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일본으로 찾아간 관광객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에서 욱일기를 사용한 상품을 목격할 때마다 SNS에 알리고 있다.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욱일기 상품의 소비자는 주로 유럽·미주인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일본의 제국주의 시절 침략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보이는 관광객도 욱일기 상품을 구입했다. 욱일기 퇴치와 독도 수호 캠페인을 전개할 때마다 놀라는 것이 있다.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욱일기 상품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 물었더니 ‘일본 고유의 디자인’이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많았다. 해외 기관·기업·단체에서 욱일기를 포스터나 영상에 사용한 사례를 포착하고 항의하면 ‘정말 몰랐다’며 놀라고 사과하는 일이 지금도 벌어진다. 그들의 무지로 치부하고 분노만 할 일이 아니다. 그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욱일기가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처럼 전범기로 세계에 각인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사이에서도 전후처리가 달랐다. 독일은 전쟁범죄가 자국 안에 재발하지 않도록 법제화했다. 프랑스 같은 주변국에서 동참해도 거부감이 없다. 그렇게 전쟁범죄와 관련한 독일의 국내법이 점차적으로 국제법으로 확대됐다. 일본은 전쟁범죄에 대한 국내법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니 일본 극우 정당·단체 인사들이 ‘미국 같은 승전국도 가만히 있는데, 어째서 한국이 욱일기에 항의하느냐’고 되받는 것이다.”

-일본 극우 인사·단체의 욱일기 홍보가 올림픽을 목표로 삼아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는 것이다. 욱일기가 올림픽 시설 안에 들어가면, 침략의 역사는 세계인 앞에서 승인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그동안 경기장에 반입된 욱일기를 정치적 상징물로 판단해 처벌한 적이 있다. 그 선례들이 IOC 차원에서 처벌의 근거로 활용되길 바란다.”

-욱일기를 올림픽 경기장에서 퇴출하도록 사전에 조치할 방법이 없을까.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침략전쟁에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정치권, 체육단체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게 정치권과 민간·체육단체의 ‘삼각 편대’로 한국에서 힘이 모이면 아시아 각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도 움직이지 않을까. IOC를 움직이려면 결국 세계적인 여론을 모아야 한다. 우선 국내에서 ‘욱일기 금지법’ 같은 법제화가 필요하다. 다음달 15일에 총선이 있다. 새로운 임기를 시작할 국회가 올림픽 개막 예정일 이전까지 힘을 모아 주길 바라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회의장이라도 찾아뵙고 의견을 나누고 싶다. 총선과 올림픽 사이의 3개월은 매우 짧은 기간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는 2014년 4월 23일 인스타그램에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A급 전범을 합사한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사진을 올리고 ‘당신의 축복에 감사하다(Thank you for your blessings)’고 적었다. 비판 여론에 휩싸인 비버는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 사건은 결국 그의 팬들에게 전쟁범죄를 정당화한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저스틴 비버 인스타그램

-평소에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지 않은가. 올림픽을 앞두고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플랜 A는 당연히 올림픽 시설에 욱일기가 반입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최근 욱일기의 의미를 알리는 영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로 배포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와 같은 다른 언어로도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욱일기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운 플랜 B는 경기장 안으로 반입된 욱일기를 세계에 공론화하는 것이다. 일본은 욱일기를 경기장에 반입해 세계인의 동의를 얻고 싶겠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되레 욱일기의 의미를 IOC 회원국(206개국)에 알릴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그의 팬들에게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합사 사실을 알린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 일본 관중이 욱일기를 올림픽 경기장에 반입할 때 역풍을 맞지 않을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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