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겐 인간이 블루오션… 매년 전염병 올 수 있다”

국민일보

“바이러스에겐 인간이 블루오션… 매년 전염병 올 수 있다”

[깊은 인터뷰]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입력 2020-03-16 16:25 수정 2020-03-16 17:2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57일째. 답답한 긴 터널의 길을 밝혀줄 이로 최재천(66)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를 찾았다. ‘통섭’이라는 용어를 만든 주인공답게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한국 대표 사회생물학자이자 40여권의 책을 펴내 대중에게 친숙한 스타 과학자이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초대 국립생태원장과 유엔생물다양성협약 의장을 지냈다. 최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롯된 박쥐에 대한 논문을 서너편 쓴 것은 물론,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불러올 전염병의 위험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왔다. 마침 이번 학기 그가 개설한 강의의 제목도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다.

-사스부터 신종플루, 메르스에 대해 많은 글을 쓰셨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커지리라 예상하셨나.
“2015년 메르스 때 썼던 글을 찾아봤다. 놀라운 게 ‘메르스’를 ‘코로나19’로 바꾸면 토씨 하나 안 바꿔도 될 만큼 다 들어맞더라. 그때도 흥분하지 말자는 얘기를 썼었다.”

-메르스 때와 지금 상황이 똑같고, 정부나 국민들의 대응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인가.
“아니다. 대응은 그때보다 상당히 잘하고 있다. 해외 동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한국이 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다하고 있는 거라고 한다. 대통령님 입이 조금 앞서긴 했는데,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을 칭찬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시민들이 지나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전염성 질병의 진화’라는 책을 쓴 루이빌대 폴 W 이월드 교수와 이메일을 하다가 현 상황은 집단지성의 나쁜 케이스 같다고 얘기했다. 미국에서는 휴지 사재기가 비슷한 경우다. 잘못된 정보가 한번 전파되고 나니 걷잡을 수 없이 일이 번져간다.”

“작년 교통사고 사망자 3000여명… 코로나19 공포·마스크대란 과하다”

-마스크 대란 말씀이군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3349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중 보행 중에 사망한 사람이 1302명,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죽은 사람이 1150명…. 이쯤 되면 길에 나가면 안 되고, 운전도 하면 안 되는 거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00명이 안 되는데 이게 뭔가.

마스크는 대구경북쪽 분들과 의료인, 공무원, 사람을 상대로 일하는 분, 오늘 아침에 목이 칼칼했다 하는 분들만 사야 하는 거다. 전쟁으로 비유하면 후방에 있는 사람들이 물자를 다 써서 전쟁터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시는 건가.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할 능력이 없는, 엄밀하게 말하면 생명체가 아니다. 그냥 핵산 쪼가리를 얇은 단백질이 감싸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내 몸 안에 들어와 내 유전자에 올라타려면 상당량이 들어와야 가능하다. 확률적으로 거의 안 일어나는 일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답답하다.

미세먼지 때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거지만, 바이러스는 내가 남에게 옮길까봐 써야 하는 거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머리 좋고 가장 교육 많이 받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메르스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약간 급해지면 어떤 소리 하나에 휩쓸려서 답답하다.”

-애초에 마스크 쓰고 손 잘 닦으라는 게 정부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최근 들어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하니까 마스크 수급 실패 때문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정부가 ‘마스크 쓰지 마세요’라고 처음부터 얘기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다만 세부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이런 분들이 쓰는 거고, 이런 분들은 쓸 필요가 없고, 이런 분들이 꼭 쓰셔야 되는데 모자라면 양보해야 합니다, 이런 설명이 이어져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나는 마스크 한 장 얻어서 몇 주째 쓰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갈 때 착용하고, 누군가를 대해야 할 때 쓴다.”

최재천(왼쪽) 교수가 침팬지 연구의 대가인 제인 구달 박사와 2017년 8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에코 토크쇼에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뉴시스

-하버드대학원 시절부터 수년간 중남미 열대 정글에서 연구하셨다. 정글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제가 열대 정글을 연구한 최초의 한국인일 것이다. 정글에서 독사에 몇 번 물릴 뻔했고, 개미한테 쏘여서 기절했던 기억도 있고…. 그래도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 낮다. 물속 곤충을 관찰하다 곰팡이균이 옮아 20년 넘게 여름이면 등에 나타난다. 곰팡이랑 평생 같이 사는 거다.”

-곰팡이도 바이러스처럼 인체에 침입하는 미생물이니까.
“누구나 몸에 가지고 사는 거면 그건 질병이 아니다. 1991년 에이즈로 은퇴한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이 여전히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에이즈는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된 질병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돼야 사회적 질병이지, 그 정도면 사회적 질병이 아니다. 코로나19도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계절 독감처럼 시시때때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들이 있다.

박멸은 정말 어렵다. 다른 국가에서는 아직 사스와 메르스가 있고, 소아마비와 결핵은 박멸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나타난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낮췄다는 게 중요하다. 내가 곰팡이랑 사는 것처럼 바이러스와 어느 정도 살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질병이라기보다 그냥 삶이다. 코로나19도 적당한 수준에서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걸 잘 못한다.”

-문제는 새로운 질병에 대한 공포다.
“우리가 몰랐던 게 속도가 빠르다는 거였다. 며칠 새 곧바로 폐로 들어가서 확 번진다는 것. 그 시간이 짧다는 게 제일 무서운 거였다. 전염성 질병에는 항상 두 가지 문제가 교차한다. 전염력과 독성. 독성이 강하면 전염이 잘 안 된다. 걸린 사람이 움직이면서 퍼뜨리지 못하니까. 병원체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독성이 적당히 강한 놈들이 득세를 하게 된다. 코로나19가 위험한 게 적당히 강하니까 막 번지는 건데, 이제는 웬만큼 파악하지 않았나.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은 이유는 방역당국이 조기에 발견하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전부 검사하니까. 바이러스가 살아서 움직이는 놈이 아니기 때문에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이기는 전쟁이다.”

-박쥐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열대 정글 동굴 속에서 과일박쥐들을 만났다. 과일을 먹고 사는데 동굴까지 왕복하기 싫으니까 바나나잎이나 이파리가 큰 식물들을 물어뜯어 텐트를 만들고 비를 피한다. 텐트 만드는데 기가 막히게 영리한 종이 많다. 거기 꽂혀서 ‘텐트박쥐’로 논문을 쓰고 강연했다. 날아다니는 걸로 치면 새는 명함도 못 꺼낸다. 박쥐는 공중회전도 하고, 기가 막힌 비행기술을 가지고 있는데 새는 그걸 못한다. 고속촬영하면 새는 착륙할 때 구르기도 한다.”

“포유류 다섯 중 하나가 박쥐… 개체 많고 군집생활해 바이러스 원인돼”

-사스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는 박쥐에게서 유래된 세 번째 전염병인데.
“포유류 다섯 중에 하나가 박쥐다. 일단 개체가 많고, 혼자 다니는 호랑이에 비하면 박쥐는 모여 있으니까 일이 벌어질 확률이 높다. 모여 살면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만 병원체 때문에 질병이라는 대가가 생긴다.”

-박쥐가 가진 바이러스가 어떻게 인간에게 전해지나.
“박쥐가 우리한테 일부러 바이러스를 배달했을까? 아니다, 우리가 박쥐를 잘못 건드린 거다. 우리나라는 처마를 없애서 이제 박쥐가 숲에만 있지만 일본만 가도 저녁에 웬만한 소도시 강둑에서 볼 수 있고, 베트남 야외 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게 날아다닌다고 해서 박쥐가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뿌릴 확률은 극히 낮다.

박쥐가 훨씬 자주 만나는 어떤 동물에게 옮겼고, 그 동물이 인간을 자주 만나는 바람에 제2, 제3의 숙주를 통해 온 거다. 이번에 천산갑이 중간숙주가 맞는다면, 중국인들이 천산갑 비늘을 한약재로 먹으니까 가공하는 과정에서 옮았을 것이다.”

최재천 교수가 2017년 12월 국립생태원장 재직 시절 공모전에 입상한 어린이에게 무릎을 꿇고 상장을 전달하는 모습. 당시 SNS에서 큰 화제가 됐다. 뉴시스

-야생동물 식용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하는데.
“박쥐를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박쥐를 제법 먹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작은 박쥐가 아니라 열대지방의 큰 박쥐를 먹는다. 나이지리아 나이로비에 가면 유럽인들이 멧고기(야생동물 고기) 음식점 가서 고릴라 코뿔소 원숭이 박쥐를 골라 먹는다. 파리와 런던에도 그런 음식점이 생겼다. 그 고객들을 먹이기 위해 정글에 들어가서 야생동물을 더 잡아오고, 그 과정에서 동물들에 붙어살던 기생생물들이 인간에게 들러붙는 거다.”

“고릴라 코뿔소 원숭이 박쥐 왜 먹나… 질기고 맛없는 기생충덩어리 먹는 것”

-어릴 때 들었던 사슴피 마시는 중년 남성들 얘기가 생각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어지지 않았나.
“아직도 그런 짓 하시더라. 수만년 가축을 기른 건 고기의 양을 확보하고 고기의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서였다. 열대에서 어쩔 수 없이 이구아나나 쥐 중에 몸집이 개만한 카피바라 같은 걸 먹었는데, 질기고 맛없었다. 소닭돼지는 오랫동안 기르면서 육질을 개선하고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든 것이다. 그에 비해 거의 모든 야생동물은 기생충 몇만 마리를 가지고 사는 기생충덩어리다.

석사 논문으로 알래스카 갈매기의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을 연구했다. 키티웨이크라는 몸집이 가장 작은 갈매기인데, 비둘기보다 작은 몸에서 건포도만 한 진드기가 2000마리 나온다. 피 한 방울은 온갖 게 다 들어있는 기생충 칵테일이다. 그런데 야생동물을 왜 먹나. 그런 사람들이 자칫하면 전 지구를 어렵게 한다. 중국 후베이성의 누군가가 이상한 걸 먹었을 상황이 있었을 것 같고, 그 결과가 너무나 엄청나다.”

-결국 인간이 바이러스를 불렀다는 말씀이다.
“우리가 박쥐한테 접근한 거다. 박쥐가 사는 동굴은 보통 사람은 찾기도 힘든데, 동굴 앞까지 길을 내고 들어가서 들쑤시니까 이런 일이 벌어진다. 예전에 제가 ‘숲으로 난 길은 언제나 파멸로 이끈다’는 글을 썼다. 열대 정글 원주민들은 자기들이 먹을 만큼만 잡으니까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길을 덜커덕 내니….

거대 가구기업들이 세계 환경 파괴에 기여하는 바가 상당하다. 기업들이 아프리카 숲에 투자해 벌목해서 길을 내면 트럭이 들락거리고, 트럭 사이로 사냥꾼들이 들어간다. 동물들 잡는 게 쉬워지니까 산업이 돼버린다.”

-앞으로도 박쥐가 신종전염병 주범 역할을 하게 될까.
“모여 사는 동물이 박쥐만은 아니니까 다른 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봐서는 박쥐가 몇 가지 속성상 그럴 수 있어 보인다. 인간에게 옮기려면 같은 포유류여야 쉽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간한테 잘 못 오는 건 인간과 조금 먼 조류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블루오션을 만났다. 77억 인간을 공략하지 않으면 누구를 공략하겠는가. 지구에서 가장 흔한 동물이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지구는 어느덧 이들이 다 차지하고 다른 동물들은 틈새에서 겨우 비비고 사는 모양새다. 인간과 소돼지닭은 전부 한곳에 다닥다닥 모여 있으니, 야생동물발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우리한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사스 이후 중국에서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를 대량 학살했다고 한다. 감염경로가 되는 동물들을 박멸하는 게 답은 아닐 텐데.
“어휴,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도 야생멧돼지 탓을 하는데, 우리 돼지들한테서 멧돼지로 옮아갔다고 보는 게 맞을 거다. 아프리카 북부에서 시작한 병인데 멧돼지가 비행기를 타고 갔다 왔을 리는 없고, 비행기로 움직인 건 뭐냐, 인간이고 사료다. 인간이 옮겨서 한반도에 있는 억울한 멧돼지한테 갔을 텐데, 우리는 지금 그 멧돼지를 다 죽이고 있다.”


-왜 이런 병들이 과거보다 더 자주 나타나는가? 2000년대 들어서는 5~6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셈이다.
“사스가 2003년, 신종 플루가 2009년, 메르스가 2015년, 코로나19가 2019년이다. 다음번엔 3년 후? 그다음엔 해마다? 이렇게 될 거다.”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생물다양성… 이번 세기에 인류 종말 와도 놀랍지 않아”

-2016년 유발 하라리와 대담할 때 하라리가 300~400년 안에 인류가 절멸할 것이라는 얘기를 꺼냈더니 최 교수께서 ‘몇백년 걸릴 이유가 있겠나. 이번 세기도 못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고 했다.
“이번 세기 안에 망할 것이라고 단언한 게 아니라 이번 세기에 인류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농담으로 한 게 아니라 저는 진지했다. 그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때문인가.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질 생물다양성, 그 두 문제에 코로나19도 연결돼 있다. 인간이 자연생태계를 파괴해 잘 살던 그 아이들이 우리한테 바이러스를 털어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는 거다.”

-그래도 사스나 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제인 구달 선생님은 항상 희망을 얘기하신다. 얼마 전 제 안부를 물으면서 ‘좋은 일도 있을 거야. 벌써 몇 번째 겪는 일인데, 이제는 드디어 사람들이 자연을 가능하면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우리에게 좋다는 걸, 어쩌면 그 계산을 할 수 있을지도 몰라’ 하셨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인간이 박쥐 건드려 사달… 인간이 살아남을 무기는 공생뿐”

-이전 저서를 통해 인간이 살아남을 무기는 다른 생물과 공생뿐이라고 했다. 코로나19도 자연과의 공생이 답인가.
“맞다. 그런데 다짜고짜 공생하자고 하면 설득력이 없다. 카네기나 록펠러가 세상은 경쟁에서 이기는 자의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강연했다. 적자생존, 즉 ‘서바이벌 오브 더 피티스트(survival of the fittest)’라고, 많은 사람들이 1등만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연에서 풍요로운 시절에는 아무도 도태당하지 않는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가장 적응하지 못한 몇이 떨어져 나가는 거다. ‘서바이벌 오브 더 피터(survival of the fitter)’, 최상급이 아닌 비교급이 돼야 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가진 자가 다 가지는 야비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모두를 품고 가는 자본주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재난기본소득 얘기가 나오는데, 힘들겠지만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범국가차원에서 실험해볼 명분이 생겼으니 한시적으로라도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이 세상은 손잡은 놈들이 미처 손잡지 못한 놈들을 이기고 살아남은 곳”

-생물과의 공생을 듣고 우리 사회에서의 공생에 대해 물으려 했는데 같이 대답해준 셈이 됐다.
“자연에서 가장 위대한 성공사례가 꽃을 피우는 식물과 꽃가루를 옮겨주는 대신 꿀을 받은 곤충이다. 지구에서 무게로 가장 성공한 게 코끼리나 고래가 아니라 꽃을 피우는 현화(顯花)식물이다. 즉 무게로 가장 성공한 식물과 숫자로 가장 성공한 곤충이 손을 잡은 것이다. 서로 죽이는 게 아니라.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것 대신 하이에나가 사자랑 맞짱뜨는 거, 이게 삶의 현장인 줄 알고 그것만 들여다본다.

생물학자로 평생을 살면서 관찰해온 결과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 세상은 손잡은 놈들이 미처 손잡지 못한 놈들을 이기고 살아남은 세상이다. 어떻게 하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살 것인가 고민하는 게 훨씬 현명할 수밖에 없다. 이게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전략이라는 걸 이해하면 공존과 공생에 좀 더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얼마 전 난민 문제도 겪었고,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계속 있을 것이다.”

“혐오·갈등 넘어서 공존하는 사회 위해 이번 총선엔 토론 가능한 사람들 뽑았으면”

최재천 교수와 제인 구달 박사가 함께 세운 생명다양성재단은 올해 강원도교육청과 공동으로 강릉시 운산분교에 생태교실을 연다. 사진은 이화여대를 방문한 운산분교 어린이들이 최 교수와 이대 자연사박물관으로 향하는 모습. 하지만 재단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생명다양성재단 제공

-교수님은 ‘다르면 다를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특별하고 재미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다르면 갈등하고 혐오하고 분열하는 시대가 됐다.
“다들 모자라는 점을 너무 들춰내서 얘기를 하지만, 저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신뢰와 기대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로 이해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긴다. 제일 좋은 예가 화장 문화다. 전국이 무덤으로 변한다고 기사 나왔던 게 10년 조금 더 됐는데, 지금은 화장장이 부족한 나라가 됐다.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머리에서 심장까지의 거리라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거리가 무척 짧은 사람들이다.

지난해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었던 것도 변화하기 위해 진통을 겪은 것이고, 성숙하게 서로 얘기하고 풀어나가는 다음 단계로 가리라는 묘한 기대감이 있다. 그런 것의 시작이 토론하는 문화인데, 올해 개인적으로 제일 노력해볼 게 토론 문화를 만드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토론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앉아 있는 데가 정치 분야다. 이번 총선엔 앉아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으면 좋겠다. 결석 안하고 성실하게 국회 출석해서 국민들이 하라는 일 잘 상의해서 결론 낼 수 있는 사람들 말이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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