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처음이라] 태영호 “청바지 입은 ‘태딜리버리’입니다”

국민일보

[선거는 처음이라] 태영호 “청바지 입은 ‘태딜리버리’입니다”

“강남을 강남답게”…재건축 규제·종부세 문제 해결 강조

입력 2020-03-24 13:06 수정 2020-03-24 22:01


모든 처음은 처음이라 다르다. ‘역대 최악’ 소리를 듣는 20대 국회지만, 그들도 처음 선거운동에 뛰어들었을 때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쳤을 것이다. 그랬던 이들이 ‘배지’를 달더니 싹 달라졌다. 4·15 총선판에 뛰어든 ‘초보 정치인’들의 초심은 또 어떻게 변할까. ‘선거는 처음이라’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처음’을 기록으로 남긴다.

“강남에서 선거를 뛰려고 청바지를 새로 샀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는 “강남 지역 주민들이 제 외모와 패션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양복바지를 입고 나가니 주민 한 분이 ‘젊은층에게 다가가려면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청바지를 사 입었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민은 ‘강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 청바지보다는 품격 있는 양복바지를 좋아한다’고 말해 태 후보는 새로 장만한 청바지와 양복바지를 하루씩 번갈아 입으며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어느 분 말씀이 정답인지 고민했는데, 그 지점에서 강남 특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지역주민을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고 있다. 최민석 기자

태 후보는 이날 청바지에 회색 운동화를 신고 압구정 로데오거리, 갤러리아백화점 인근을 돌아다녔다. 지난 4일부터 본격 선거운동에 나선 그는 주민들과의 만남에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마스크와 면장갑을 낀 상태로 열심히 명함을 돌렸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쓴 태 후보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명함의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알아봤다. 한 주민이 “어이쿠, 태 공사님이세요”라며 반가워하자 태 후보가 “네 안녕하세요. 태구민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답했다. 5명 정도 되는 경호원이 주변을 지켰지만 주민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태 후보를 맞았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선거운동을 하며 지역주민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태영호 후보 캠프 제공

태 후보는 이번 총선에 귀순 후 신변안전을 위해 쓴 주민등록상 가명인 ‘태구민’으로 출마했다. ‘구민’은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구원해보겠다는 뜻이다. 그는 “유권자들이 실제 투표할 때 투표용지에 ‘태영호’는 없고 ‘태구민’만 있으면 당황할 수도 있어 일부러 ‘태구민’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후보는 귀순 직후 기자회견에서 “통일된 대한민국 만세”라고 외치며 큰 주목을 받았었다. 방송 활동 등으로 익히 알려진 태 후보의 인기는 상당했다. 이날 1시간 남짓 진행된 선거운동 동안 태 후보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요청하는 주민이 10명 정도였는데 연령층이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엘리트 외교관으로 주영 북한 공사였던 태 후보는 사선을 넘어 2016년 8월 귀순했다. 민의를 반영하지 않는 형식적 선거만 있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태 후보는 “정말 우리 지역 유권자의 한표 한표가 얼마나 귀중하고, 이런 표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며 첫 선거를 뛰는 소감을 전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지난 21일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귀순 이후 베일 속에 싸여있던 태 후보의 가족들도 선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태 후보가 처음 출마의사를 밝혔을 때 자녀들은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태 후보는 두 아들이 ‘아빠 정치 꼭 해야 하는 거냐’고 물었을 때 “귀순하면서 남은 삶의 순간 순간은 북한에 두고 온 친척들과 형제들을 위해서 살기로 결심했었다. 나는 국회의원 배지 하나 달아보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며 “통일이 빨리 오도록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버지의 비장한 의지에 두 아들도 공감하고 적극 돕고 있다. 태 후보가 강남갑 공천을 받은 이후 선거사무소를 위한 공간을 임대하자, 제일 먼저 달려와 청소 등 사전 준비를 도운 것도 두 아들이었다.

태 후보의 부인 오혜선씨는 김일성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의 일가로 북한 최고 특권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이다. 귀순 후 오씨는 신변안전 문제 등으로 공개활동을 피해왔다. 하지만 오씨는 최근 남편의 선거를 돕기 위해 매일 선거사무소로 나온다. 오씨는 태 후보를 찾아온 지역주민을 만나 민원을 듣고, 전화인사 등을 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태 후보는 “여러 가지 문제로 제 가족이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베일을 하나씩 벗으면서 선거운동을 함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앞에서 피켓을 메고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처음 선거에 뛰어든 태 후보는 남다른 각오로 선거캠프를 꾸렸다. 그는 “선거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자,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전쟁”이라며 “선거캠프를 지상전사령부와 공중전사령부로 나눴다”고 소개했다. 지상전사령부는 지역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대면활동, 공중전사령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담당한다.

선거캠프 내 조직 이름에서부터 첫 선거에 임하는 태 후보의 비장함이 묻어난다. 또 태 후보가 지역주민들에게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가 민원을 듣는 활동은 ‘태딜리버리’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태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키워드로 ‘미래’와 ‘통일’을 꼽았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라며 “통일 대한민국의 초석은 이번 총선에서 제가 강남의 선택을 받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강남갑 지역 현안과 관련해서 태 후보는 부동산 재건축 문제와 종합부동산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남의 정말 오래된 아파트를 보면서 화려하다고 생각한 강남에 이면도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며 “강남구민들께서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제가 한번 강남을 강남답게 만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태 후보는 강남 압구정의 43년된 노후 아파트를 예로 들며 “정부의 과도한 재건축 규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현실화해 강남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과세제도 수립’을 제1호 대표발의 법안으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오(왼쪽부터) 미래통합당 전 공천관리위위원장, 황교안 대표, 태구민(태영호) 서울 강남갑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태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 후보는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제게 ‘지금의 대북정책은 너무 굴종적’이라고 말씀을 하셨다”며 “국회에 입성하면 통일이라는 큰 흐름을 만들 수 있는 통일철학을 세우기 위한 입법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정은정권의 비핵화의지를 묻는 질문엔 “북한에 김정은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 비핵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답했다.

통합당 후보 중 상징성을 가지는 태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2일 선거사무소를 직접 찾아 격려했다. 황 대표는 “태 후보는 미리 온 통일”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태 후보가 당선된다면 대한민국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 후보는 황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이번 강남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즉생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며, 필승의 각오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영상=최민석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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