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추진력’ 고민정과 ‘일 좀 한다’는 오세훈 [찐심리포트-서울 광진을]

국민일보

‘원팀 추진력’ 고민정과 ‘일 좀 한다’는 오세훈 [찐심리포트-서울 광진을]

24년 민주당 아성 광진을, 고민정이 지킬까 오세훈이 뺏을까

입력 2020-03-25 06:00


서울 광진을은 4·15 총선의 결정적 승부처로 꼽힌다. 이곳은 지난 24년간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이었다.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는 1년 전부터 둥지를 틀고 바닥 민심부터 다지며 공략해왔다. 오 후보의 선전은 총선에서 ‘한강 벨트’ 돌풍으로만 머물지 않고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구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잠재울 대항마를 고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고심 끝에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낙점했다. 이 선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민주당은 수성을 위해 당 차원의 총력을 쏟고 있다. 5선의 추미애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가면서 빈 둥지에서 ‘보수 대권 잠룡’과 ‘대통령의 입’이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펼치고 있다.


[과거 찐심] 광진을은 분구 후 첫 선거였던 1996년 15대 총선 이래로 줄곧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승리했다.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추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았던 17대 총선을 제외한 15·16·18·19·20대 총선에서 이겼다. 20대 총선 당시 구의1·3동, 자양1·2·3·4동, 화양동 등 모든 동을 민주당이 싹 쓸었다. 통합당 입장에선 지난 24년간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험지 중 험지다.


[현재 찐심] 대진표 확정 뒤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당 지지도에 힘입은 고 후보가 오차 범위 안팎에서 오 후보를 앞서는 경우가 조금 더 많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 후보(43.2%)와 오 후보(40.7%)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든든한 당 지지도 위, 신선함으로 대결하는 고민정

“좋은 하루 되세요. 고민정입니다” 고 후보가 지나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건네면 대부분 굳힌 표정을 풀고 단번에 ‘무장해제’ 됐다.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은 예사고, “힘내라”는 응원도 많았다. 고 후보가 24일 오전 구의역 2번 출구 앞에서 아침 인사를 할 때는 한 50대 남성이 고 후보에게 꼭 전해달라며 캠프 관계자에게 ‘목캔디’를 손에 꼭 쥐여줬다.

광진을은 고 후보의 청와대 대변인 경력 때문에 정권 심판론의 실체를 가늠해볼 지역으로 꼽힌다. 고 후보는 이날 왼손에는 ‘문재인 시계’를, 목에는 노란색 ‘노무현재단’ 스카프를 둘렀다. 고 후보는 “유권자들이 고민정이라는 무기로 광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어떤 분은 울면서 꼭 이겨야 한다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사사건건 발목 잡는 야당을 비판하며 여당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말하는 광진구민도 눈에 띄었다. 구의역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59)씨는 “문재인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고 후보는 특히나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 때문에 대통령의 뜻을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모(38)씨도 “오 후보와 고 후보 개개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래왔던 대로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후보의 강점은 ‘신선함’이다. 이날 건대입구역에서 만난 대학생 서모(23)씨는 “차세대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과 기성 정치인들과 다른 이미지를 가진 점 때문에 고 후보에게 관심이 간다”고 말했다. 반대로 ‘초짜’같다는 평가는 단점이다. 구의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솔직히 오 후보는 청렴하지 않은 기성 정치인 같고, 고 후보는 그저 풋내기인 느낌”이라고 비교했다.

고 후보는 이를 ‘진정성’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와대 대변인이 될 당시에도 ‘프로’가 아닌데 어떻게 할 거냐는 말을 들었지만, 대변인 생활을 잘 마무리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얼마나 국민을 사랑하고 광진을 생각하는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실현하는지 차근차근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 잘하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 후보는 경쟁자인 오 후보에 대해 “오 후보를 보면 ‘라떼’가 생각난다”며 은근히 디스했다. 그는 “오 후보는 ‘나 때 시장 해봐서 안다’며 내게 그런 경험이 없지 않으냐고 하는데, 그럴 때면 나도 ‘당신은 국정 경험이 없지 않으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원팀을 이룰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광진에서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 때 시의원·구의원·구청장·시장·부처·청와대와 원팀으로 협의를 잘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해 본 경험, 약한 당 지지율 극복하려는 오세훈

“힘내세요!” 광진경찰서 앞에 서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오 후보에게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이 소리쳤다. 주변에 서 있던 4~5명의 시민은 “고생 많으시다”면서 박수를 쳤다. 오 후보는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오 후보는 지난 23일부터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오 후보를 따라다니면서 선거운동을 방해한 것에 대해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조치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차원이다. 그는 광진경찰서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고, 경찰은 대진연 회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오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에 온 힘을 쏟아야 하는 데 지장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는 것이 광진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도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번 일로 오 후보에게 동정표가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자양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장모(68)씨는 “오 후보의 선거운동을 집중적으로 방해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겠냐”며 “오히려 동정표가 생겨서 오 후보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꽤 많은 지역구민이 오 후보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주먹인사를 나누며 그를 격려했다. 김모(59)씨는 “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하는 것 보고는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에는 오세훈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을 지낸 오 후보의 강점은 단연 ‘인지도’와 ‘친화력’이다. 자양3동에 사는 최모(60)씨는 “오 후보가 아침부터 밤까지 지역 곳곳을 누빈다. 지역 사람들은 오 후보가 어디에 사는지 다 알 정도”라고 친근감을 보였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박모(62)씨도 “오 후보는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상도 좋고 잘 생겨서 인기가 많다. 다만 선거에서는 고 후보가 될 것 같다”며 “오 후보가 민주당 후보였으면 100% 당선인데 아까운 사람”이라고 했다.

오 후보 스스로가 내세우는 ‘일해 본 경험’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상대인 고 후보에 대해 “고 후보는 구청장이나 시장, 총리에게 도움받겠다는 이야기만 한다. 지역구 공약을 이행하는데 유력 정치인 도움을 받아서 해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도움을 얻어서 일하겠다는 것은 일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 지역 구민들이 저에 대한 기대가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오 후보가 변호사나 서울시장을 하는 등 실무 경력이 많으니 중앙에서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반면 고 후보는 아나운서나 청와대 대변인 외에는 특별한 경력이 없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24년 아성이 쉽게 안 바뀔 것이란 여론이 오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했다. 호남 출신이 많은 지역구 인구 구성의 특성 때문이다. 최모(59)씨는 “주변 사람들이 계속 바꾸자고 말은 했는데, 결국 선거 때마다 추미애가 이겼다”라며 “호남 출신이 많은 지역 특성상, 당을 보고 찍는 심리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건대입구역 주변에서 20년 이상 옷가게를 한 김모(56)씨도 “주변 호남 출신 사람들도 정부가 잘하고 있지는 않다고 하면서도 막상 투표장만 가면 민주당을 찍는다”고 말했다.




추미애 5선 피로도?…2040 표심·재개발 이슈 누가 선점할까

광진을에서 5선을 한 추 전 장관에 대한 광진구민의 인식도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30년 동안 빵집을 운영한 장모(68)씨는 “솔직히 추 의원이 광진을에서 한 게 뭔지 모르겠다”며 “추 의원이 처음 15대 때 출마할 때도 그렇고, 민주당은 무조건 누구를 내리꽂기만 하면 다 당선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괘씸하다”고 말했다. 자양 시장에서 만난 진모(42)씨도 “법무부 장관이 된 뒤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등을 보고 (추 장관에 대한) 비호감도가 커졌다”고 꼬집었다.


광진구 20~3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도 관건이다. 광진구는 서울시 평균연령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1.8세로 여섯 번째로 젊은 자치구다. 20~40대 인구는 구 전체의 절반(49.9%)을 차지한다. 화양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47)씨는 “확실히 나이 많은 사람들은 오 후보를, 젊은 사람들은 고 후보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반면 원모(29)씨는 “문재인정부는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는데 지난해 조국 사태를 보고 아니라고 느꼈다. 주변에 있는 진보 성향 친구들조차 다들 돌아서고 있다”고 했다.

두 후보 모두 젊은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오 후보는 1호 공약으로 원룸촌 거주자를 위한 택배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안심 센터’를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지역구 내 청년 등 주민들이 아파트(약 3만 가구)보다는 다세대주택과 다가구주택(약 4만6000가구)에 더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고 후보는 이날 1인 가구를 위한 생활공유플랫폼인 ‘광진 원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옛 동부법조타운 부지 개발 사업도 대표적인 지역 현안으로 꼽힌다. 고 후보는 미가로 일대와 동부지법·지검, KT 용지 등 구의역 일대를 ‘ICT스타트업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오 후보도 주민들의 개발 욕구에 부응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구의역 주변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최모(62)씨는 “추 장관이 구의역 주변을 잠실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개발은 시작도 안 했고, 유동인구는 반 토막 났다”며 “오 후보는 서울시장 경험이 있는 만큼 제대로 개발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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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희 김이현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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