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95, ‘대학로 저항의 투사’,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 박장렬 연출

국민일보

[김건표 교수의 연극이야기] 95, ‘대학로 저항의 투사’,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 박장렬 연출

입력 2020-03-25 00:37


“박경리 소설 토지와 즐겁게 싸우고 있습니다”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박장렬(55) 연출은 연극계 블랙리스트의 도화선이 된 2014년 이듬해 개최되는 제34회 서울연극제 아르코극장 대관 탈락 사태를 향해 강렬히 저항했다. 관련 기관(機關)은 서울연극제를 앞두고 극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고 서울연극협회(이하, 서협)를 이끌고 있던 박장렬 감독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삭발 투쟁과 연극인 연대로 맞섰다.

“당시에는 연극계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줄도 몰랐죠. 대관 탈락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뚫고 가면서 알게 된 겁니다.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이 없어지고 폐쇄되니 연극인들은 연대하고 저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들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지역 연극촌(村)으로 날아온 그는 대학로 저항의 투사 이미지에서 아이디어가 넘쳐 보이는 연출가였다. 대학로 문화예술소극장(현 아르코소극장)에서 조광화 작품<연오세오>(1989)로 연출데뷔를 했고 극단 뮈토스를 거쳐 혜화동 1번지 동인 3기로 활동했다. 1996년 창단한 연극집단 반에서 연출과 작가로 달려오면서 50여편 가까운 작품으로 극단과 연극을 지켰다. ‘대학로 저항의 투사’이미지는 그가 서울연극협회 회장을 3,4대를 연임하면서 생겨났다. 소신 발언과 연극인 정책들을 쏟아냈고, 세월호와 블랙리스트, 미투가 본격 점화되면서 그는 강렬한 저항으로 변화의 시대와 맞섰다. 저항은 그를 투사 이미지로 각인(刻印)시켰다.


연극집단 반으로 돌아간 뒤에는 신작 <이혈>, <집을 떠나며>, <원맨쇼> 등 다양한 작품을 쏟아냈고 공동체 연극과, 연극인 협동조합을 이끌면서도 그의 페이스북 소리는 대학로 한복판에 있었다.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으로 돌아온 그는 박경리 소설 <토지>를 올해 하반기에 공연하기위해 소설 <토지>와 즐겁게 싸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두 사람이 마주 앉은 한적한 시골마을 주민들도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밭일을 하고 있었고 도로는 한적했다. 문을 잠근 커피숍 주인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하다 생활귀농을 왔다며 커피를 서비스로 내왔다. 마스크를 벗었다.

-다양한 작품 연출을 하고 대한민국연극제 예술감독을 거쳐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이 됐다. 소수의 연극인들은 박장렬 연출이 대학로에 남아있어 주길 바랬던 것 같다.

“전 꿈꾸는 현실주의자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주어진 현실과 시대에 최선을 다하자는 겁니다. 제가 서협 회장에 출마했던 이유도 연극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였잖아요. 연극인들을 위한 행정과 정치에 대한 소리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는 연극계에 강렬한 바람이 불었잖아요. 태풍의 시간 속에서 대표적으로 사회적인 발언과 소리를 낸겁니다. 연극 제도와 행정을 손질하고, 다양한 연극제를 개최하고 연극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연극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했어요. 예전에는 연극과 현실에 간극이 있었다면, 이제 젊은 연극인들이 능동적으로 소신발언을 하고 있잖아요. 경남도립극단 초대 예술감독도 저와 단원들, 지역연극인들이 힘을 합쳐 변화를 이루고 지역을 넘어서는 도립극단이 된다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장렬 연출은 시선으로 들어오는 시골집풍경을 바라보고는 “저런 집에서 신선한 공기마시며 자연과 행복 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전투적인 시간이 고단해 보였고 경남으로 내려온 그는 편안해 보였다. “블랙리스트 대관 탈락 사태 때는 삭발투쟁을 하며 대학로 한복판에서 저항했다. 그런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때는 암담했어요. ‘서울연극제’를 앞두고 대관 탈락 사태를 맞게 됐고, 연극제를 하는데 극장이 없으면 할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연극제 작품을 공연할 수 있는 극장 대관을 하려고 뛰어다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연극계 전체 문제로 퍼진 겁니다. 연극인들이 연대를 하고 삭발 투쟁을 해서라도 우리의 소리를 듣게 하려면 강렬하게 저항 할 수밖에 없었어요. 탈출구가 없었던 겁니다. 블랙리스트 상처는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후에도 다양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래서 그런지 투사의 이미지로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는 질문을 듣고는 웃으면서 시선을 돌렸고 말은 유쾌했다.

“소수자들이 사회적 목소리를 왜 내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BTS 보세요. 노래로 전 세계를 향해 그들의 소리를 내고 있잖아요. 제가 서협을 이끌면서 ‘연극은 이 시대의 정신적인 희망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어요. 극장에서만 표현되는 것은 한계가 있잖아요. 연극인과 연극계의 불합리한 구조와 제도에 대해 소리를 많이 내야 했어요. 대한민국은 그 시간동안 세월호, 블랙리스트, 미투 등 사회적 문제들이 터져 나오면서 불합리한 연극 환경 생태계가 변화되길 바랬습니다. 30∼40대를 주축으로 하는 연극인들이 더 많은 소리를 내고 그들 주축으로 새로운 연극운동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래야 솟아라’ 등 다양한 연극제를 기획하고 만들었던 겁니다.”

-그는 여전히 대학로 한복판에 있었고, 담아놓은 연극인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들을 쏟아냈다. “서울연극협회에서는 예술행정가로 서울연극제를 비롯해 다양한 연극제를 주최해왔다. 가장 강렬하게 남는 연극인들을 위해 제도화된 것은?”

“‘서울연극인 대상’도 8회를 맞고 있습니다. ‘미래야 솟아라’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죠. 올해 9회를 맞는 ‘서울미래연극제’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제도를 개발하고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힘든 것은 유지시키는 겁니다. 많은 연극인들이 힘을 보태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서협 자체재정으로 시작한 ‘서울 시민연극제’와 대학로 티켓 닷컴, 연극인주택을 서울시와 함께 제도화 시킨 것이 기억에 남아요.”

-되돌아보면 서울연극협회 3∼4대를 이끌면서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선의를 갖고 나서는 일들이 소수의 분들에게는 불편하게 생각된 일들도 있어서 힘들기도 했어요(웃음). 그러나 소신을 가지고 일을 한 겁니다. 미래야 솟대야. 브릿지 페스티벌과 다양한 극장 사업, 연극배우 100인의 모노로그, 시민연극제와 지역별 서울지부개설 등을 추진한 것은 연극으로 다양한 채널과 통로를 제도화 시키자는 취지로 시작한 건데 잘 정착되고 있습니다. 임기 말년에 2015년에 블랙리스트가 터지면서 ‘연극행정 연구소’와 연극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제도화 못한 것은 아쉽죠. 지춘성 회장 체제의 집행부가 더 좋은 연극인 환경이 만들어 지도록 노력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예술감독으로 경남으로 내려 간지 한 달 쯤 된 것 같다. 경남연극인들이 도립극단과 박장렬 예술 감독에게 바라는 것이 특별할 것 같은데.

“경남도립극단이 경남 연극계의 생태계를 위해 존재하고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경남연극 회장단과 지부장님들과 1차 운영위원회 하면서 앞으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의논하자고 했어요. 경남도립극단 방향이 경남 연극계 환경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1원칙도 세웠고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지만 연극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야기와 소통이기 때문에 즐겁게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모든 것을 열어두고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남 연극인들이 좋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경남의 연극과 작품으로 표현되는 지역의 균형을 예술 감독으로 구상하고 있는 방향은?

“3월 중순 이후 행정직 상근단원이 뽑히면 창단작품 배우들을 선발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7개월간 상근 계약직으로 5~7명 정도 배우들과 작품별로 참여하는 시즌배우들과 작품을 만들며 극단을 운영할 생각이고요. 물론, 이 부분은 경남의 연극계 관계자분들과 긴밀히 깊게 논의를 하며 진행할 겁니다. 앞으로 경남연극인들과 함께 <청소년캠프>, <전문연극인 강화 워크숍>, <배우33人의 FUNFUN> 공연 등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어요. ‘클로컬리즘’(glocalism←glovalism+localism) 이란 단어가 있는데요. 지역연극을 특성화 시키고 특색 있게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예요. 앞으로 클로컬리즘을 살리려면 경남연극인들과 손 꼭 잡고 가야죠.”

-그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한적한 시골길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를 연극으로 옮긴다고 들었다. 플롯의 구조도 복잡하고 등장인물도 수백 명에 달한다. 이 작품을 어떻게 무대화 할 생각을 했나?”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 없어요. 소설 토지는 국민소설입니다. 연극으로 옮기는 <토지>는 총 2부작으로 나누어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부를 끝내 놓고 내년에 2부를 공연 할 생각이죠. 한마디로 대하소설을 각색해 연극으로 옮기는 첫 시리즈죠. 드라마 미니시리즈처럼 기획하고 있어요. 소설 <토지>를 다시 읽으면서 우리에게 땅은 무슨 의미일까!, 백성-국민은 뭐지!, 전통과 현대화 등 연극적 상상과 사색을 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즐거워요. 소설 <토지>를 김민정 작가가 연극 <토지>로 각색하고 있고 등장인물이 800여명이나 나오는 큰 규모의 작품이라 예산이 많이 들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잘 해내고 싶죠.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연극, 공연을 보고 관객들이 연극 <토지> 메시지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연극으로 경남연극인들과 함께 <토지>를 열심히 만들 겁니다. 작고하신 박경리 작가님에게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죠.”


-연극집단 반에서는 작가와 연출로 활동하면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앞으로 극단은 누가 이끌고 가나?

“1996년 창단해서 올해로 26년째를 맞는 연극집단 반은 고향이고 단원들은 가족입니다. 현재는 제5대 대표로 김지은 배우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연극 집단 반은 20대에서 50대 후반의 다양한 세대 20여명의 단원들이 함께 작업하는 극단입니다. 11월 선돌극장에서 연극집단 반 레트로 시리즈로 <문 밖에서>를 김지은 대표가 주축이 돼서 젊은 단원들과 운영위원회를 만들고 다양한 연극작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올해 ‘연극의 해’가 추진되고 있다. 연극인들 소리가 다양하게 나뉘는 것 같다.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다양한 계층들의 목소리들이 건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변화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해요. 다양함은 시대의 예술적 자세이자 당연한 질문이지요. 그 다양함을 듣고 연극인들과 행정가들이 평등하게 풀어나갈 때 갈등이 없어집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태도에 함께 발맞추어 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풀어가야 할 과제지요. 현재 연극이 존재하듯이 미래에도 연극은 존재하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각자의 소리는 분열의 소리가 아니라 연극인들이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소리가 들려야 치유도 되고 신뢰가 쌓이는 겁니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를 향후 ‘직선제’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유효한가?

“한국연극협회는 정관개정과 규정을 정비하고 신설했어요. 올해 직선제를 위한 정관 개정을 2월 총회에서 추진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연기 되었습니다. 직선제 선거는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유는, 연극협회 회원들을 위해 모든 활동과 정보가 투명하고 평등하게 회원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과 소통을 위해서죠. 모두의 한국연극협회 되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직선제라고 생각하는데는 변함이 없습니다. 한국연극협회가 지난 집행부 부터 직선제 등 정보와 교류의 네트워크를 개방적인 시스템을 확대하고 개편했다면 많은 것들이 제도화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아요. 앞으로 연극인들을 위해 꼭 직선제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예술감독, 연극행정가, 연출, 작가 중 어떤 연극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지난 온 시간이 밀려오는 듯 말은 속도가 느렸고 한참을 생각했다.

글쎄요. 현 시대는 한 가지 일만 잘해서 살 수 없는 자유와 고난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럴수록 근본을 갖고 시대를 유영하면서 뚜렷한 목적지를 향해 나가야 합니다. 인간, 삶, 연극, 사회 환경 등 모든 것이 연관되어져 있고 네트워크 되어 있기 때문이죠. 우리 연극계도 시대적 흐름에 변화해야 합니다. 배우가 아닌 스텝들은 더 그렇다고 생각해요. 미래를 모르기에 불안 하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박장렬은 자유로운 연극인으로 기억되길 원합니다. 아름다운 한글과 감동의 드라마로 공연하게 될 연극 <토지>와 경남도립극단을 응원해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요.”

- 박장렬 감독이 꿈꾸는 연극과 연극문화는.

“연극과 예술은 국민들의 정신적 복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꿈꾸는 연극문화는 이 사회의 민주화와 시대정신을 이야기하고 서민의 아픔과 행복을 함께 웃고 웃으며 공존하는 연극계죠. 그리고 요즘,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힘쓰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박 예술감독과 자리로 옮겼다. 그는 무대 밖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은 망치질을 수 만번 해도 관객이 기억해주지 않는다며 공식적인 ‘연극인 마일리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탭들이 무대 뒤에서 열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일리지를 부여해서 적립된 포인트로 전국의 마트에서 현금과 동일하게 쓸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박 감독에게 아이디어가 좋다고 1만 포인트를 선물로 줬다. 박 예술감독은 ‘대학로 저항의 투사’에서 소설 토지를 무대로 읽어내는 연출가로 돌아와 있었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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