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유통해도 겨우 1년 6개월이라니…

국민일보

음란물 유통해도 겨우 1년 6개월이라니…

다크웹·n번방 사건이 계속 나오는 이유

입력 2020-03-25 16:08 수정 2020-03-2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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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 동영상을 찍은 뒤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n번방 용의자를 신상 공개하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26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디지털을 이용한 성범죄가 진화한 만큼 강력한 법적 제재와 사회적 감시망이 없으면 ‘제2의 n번방’ 사건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중독연구소 청소년교육위원 정혜민 목사는 25일 “정부가 강력하게 처벌하고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개선되지 않으면 제2의 ‘박사’ ‘갓갓’(n번방 주동자)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폐쇄형 비밀 사이트인 ‘다크웹’으로 운영되던 유·아동 성 학대 및 성 착취 영상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모(24)씨는 지난해 5월 국내 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UN의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음란물 소지죄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미국에서는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5~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음란물 제작 및 유통에 대한 국내의 처벌이 약하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한 돈벌이와 음란물 이용이 증가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

미성년자 등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를 일삼아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박사'로 불린 핵심 피의자 조주빈 씨(25)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형근 중독심리상담연구소장도 “n번방은 피해자들이 평생 수치감과 모욕감을 갖도록 한 중범죄로 주동자와 가담자 모두 무거운 형량을 받아야 한다”면서 “남성들이 무심코 음란물을 보는 행위도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남성들이 성에 대한 지식을 아는 통로가 음란물”이라며 “이를 통해 왜곡된 성 의식을 갖는 게 심각한 문제다. 학교와 교회 등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관점의 건강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목사도 “n번방 사건은 결국 건강한 성교육과 경제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며 “법적 제재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도 함께 가야 한다. 어렵게 피해 사실을 밝혔음에도 이들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고병인 고병인가족상담연구소장은 “성 중독 등 중독자들의 근원적 문제를 추적해보면 가정과 학교 등에서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못하고 악화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며 “정신적 상처와 왜곡된 자의식을 치유하는 상담 등의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가 사람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전략의 요충지로서 이 시대를 섬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