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잘리는 건 아닐까” 기약없는 재택에 실직 공포

국민일보

“이대로 잘리는 건 아닐까” 기약없는 재택에 실직 공포

입력 2020-03-25 17:2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쇼크로 기업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코로나 실직’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중인 직장인들 사이에선 “재택근무가 퇴직체험”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항공·여행업계와 유통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악화된 정유업계 등 일부 대기업 직원들의 우려는 이제 ‘임금 삭감’ 수준을 넘어서는 분위기다.


여행사 상품판매 담당인 직원인 A씨(31)는 지난달 거의 내내 여행상품 예약 취소 업무를 처리했다. 그나마 3월 들어서는 일 자체가 거의 없다. 4월엔 휴직에 들어간다. 그는 25일 “동료들 사이에 ‘이러다 정말 실직자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간다”며 “여행사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중소 업체로 갈수록 실직 공포가 크다”고 말했다.

업계 1·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2월 상품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85%, 77% 포인트 감소했다. 여행사들은 줄줄이 임직원을 휴직시키고 있다. 하나투어는 3~4월 주3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모두투어는 최대 2개월간 유급휴직 제도를 실시 중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휴직에 들어간 직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분위기는 더 어둡다. 전 직원이 순환 유급휴직 중인 저가항공사 1년차 승무원 B씨(32)는 “이미 휴직 중인 동기들은 ‘백수나 다름없다’고 하는데 이 시간이 얼마나 갈지 몰라 다들 우울해한다”고 했다. 이어 “휴직 순번이 아닌 직원들도 하루 4~5번 왕복 비행 스케줄이 1번으로 뚝 떨어져 지상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승무원, 정비사들이 실직에 대비해 다른 직업을 찾는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한 마케팅 업체에서 일하는 C(30)씨는 최근 무급 휴가를 통보 받았다. 그는 “대표가 폐업을 막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돈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중견 교육업체 직원인 D씨(41)는 하루 4시간 무기한 단축 근무 중이다. 월급도 당연히 반이다. 그는 “이 상황이 얼마나 갈지 또는 언제 해고 통보로 돌아올지 알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실적이 좋지 않은 대기업 직원들도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회사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 중인 대기업 직원 E씨는 “실적이 좋지 않다보니 최고 경영진은 위기감 속에 회의를 소집하고 재택근무 중인 고참급 직원들은 ‘재택근무기 퇴직체험’이 되는 거 아니냐고 토로한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어디까지 갈지 정말 막막하다”고 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TF 등을 별도로 꾸리고 국내외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비상 대응하고 있다. 통계청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일시휴직자는 61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2000명(29.8%) 폭증했다.

업종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일시 휴직자가 실직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항공·유통 업종 등은 감원이 불가피할 것이고 실적이 좋지 않은 정유·중공업계도 구조조정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19 여파가 언제까지 어떻게 미칠지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회사라도 인력 감축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주화 안규영 문수정 김성훈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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