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못잡는다고만…지인능욕 처벌” 또 올라온 靑청원

국민일보

“경찰은 못잡는다고만…지인능욕 처벌” 또 올라온 靑청원

입력 2020-03-26 09:53
텔레그램 ‘여교사방’ 관전자들이 지인 혹은 SNS에서 구한 현직 여교사의 사진을 공유하며 성희롱하고 있다. n번방 캡처

지인의 얼굴을 여성의 나체에 합성해 희롱하고 신상을 공개하는 이른바 ‘지인능욕’을 일삼은 사람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인능욕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글은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된 뒤로 20건이나 게재됐지만 나아진 건 없었다.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을 잇는 지인능욕 가해자들을 조사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오래전부터 트위터와 텀블러에는 피해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지인능욕이 존재했다”며 “지인 혹은 일반인을 제보해 이름/신체사이즈/거주지를 공개하며 허구의 성적(性的) 내용을 전시하고 많은 이들 앞에 성적 수치심을 들게 하는 시스템이다. 일정한 관심이 쏠리면 피해자의 SNS 주소나 연락처를 공개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이어 지인능욕 가해자들 조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로서의 심각성이 n번방과 겨룰 수 없을 정도이지만 지금까지 피해자에게는 범인을 잡지 못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n번방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과 위험성이 수면 위로 오른 상황에 지인능욕 가해자 역시 면밀히 조사해주시고 엄하게 처벌해주시기를 간곡히 청원한다”고 촉구했다. 이 글에는 26일 오전 9시 기준 1만 7000여명이 동의했다.

텀블러와 유사한 플랫폼인 텀벡스에서는 이전부터 여성들의 사진과 개인정보 등을 공개하며 성적으로 희롱하는 '지인능욕'이 버젓이 이뤄져 왔다. 텀벡스 캡처

지인능욕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글은 처음이 아니다. 청와대가 2017년 국민청원 게시판을 신설한 뒤로 관련 청원만 20건이 올라왔다.

예컨대 2017년 11월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반인 여성을 비롯하여 미성년자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사진이 ‘지인능욕’이라는 콘텐츠로 무분별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텀블러나 트위터 같은 해외사이트의 경우 처벌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가 이러한 범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글이 게재됐다.

2018년 3월에도 “지인능욕은 인권이 있는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수의 눈요깃거리와 성욕 해소의 도구가 되는 끔찍한 성범죄다. 더불어 강간, 성폭행이라는 사회의 문제가 될 시초이기도 하다”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나아진 건 없었다. n번방 사건에서 지인능욕은 또 확인됐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 상담센터 대표는 2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성착취물 영상물을 적극적으로 유통하고 지인을 능욕하고 우리가 국산야동이라고 불렸던 예전 피해촬영물을 긁어 와서 적극적으로 몇만개씩 공유했던 방들이 텔레그렘에 약 10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지인능욕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긴 했다. 지난 24일 신설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 조항은 “반포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영상물·음성물을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도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또 “편집물·합성물·가공물(이하 편집물)·복제물을 반포 등을 한 자 또는 제1항의 편집 등을 할 당시에는 영상물 등의 대상자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사후에 편집물 또는 복제물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은 6월 25일부터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각종 메신저에서 지인능욕을 일삼은 사람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지인능욕 가해자들에게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음란물 유포죄를 적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벌금형이 대부분이고 실형은 극히 적다. 모욕과 음란물 유포가 모두 인정돼도 초범의 처벌수위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정도다.

박준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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